개인정보委, '형식적 동의' 없애는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선택 제공만 체크하고 입증 책임도 사업자에게 넘어가'
설문 응답자 68.7% "습관적으로 이용약관에 동의한다"
[파이낸셜뉴스]
'선택 제공만 체크하고 입증 책임도 사업자에게 넘어가'
설문 응답자 68.7% "습관적으로 이용약관에 동의한다"
'체크, 체크, 체크, 체크'
금융 상품에 가입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을 할 때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체크 박스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필수' 선택란에 체크를 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어차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서비스. 무슨 내용에 동의하는지는 뒷전이다. 재빠르게 모든 동의 체크를 마친다. 꼭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도 무심코 체크하기도 한다.
■엄격한 동의제도→'형식적 동의'로 이어져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같은 '형식적인 동의 현상'을 없애기 위한 개선책을 담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제품·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수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개인정보는 계약체결과 이행을 위해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건강 관련 앱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용자의 키, 몸무게 등 신체특성과 나이 등은 반드시 필요한 개인정보다. 이들 정보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개념이다. 이같은 개선책이 제시된 배경에는 현행 제도에 따른 복잡한 고지사항과 절차 등으로 인한 '형식적 동의'와 '동의 만능주의'가 있다. 서비스 이용에 필수적인 개인정보도 동의를 받게 해 둔 탓에 어떤 내용이 제공되는지 파악하지 않은 채 동의 칸을 무심코 체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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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필수 제공 개인정보까지 동의하도록 하면 비필수적인 정보까지도 체크하도록 훈련시키는 꼴"이라며 "체크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체크 박스는 오로지 선택사항일 경우에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증책임 사용자에게..'동의 받았다' 면피 발언 못한다
혹시 필수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지 않으면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보호 수준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되레 보안이 강화된다고 답한다. 현 제도 아래에서는 기업들이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책임회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윤리 논란이 일었던 '이루다' 제작사도, 이용자들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정보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사전에 동의가 이뤄진 범위 내에서 활용했다'고 답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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