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문재인정부 각료로선 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재판장 김선희)는 직권남용·업무방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진보성향 문화예술인에게 정부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박근혜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단죄했던 현 정부에서 유사한 구태가 벌어졌다니 여간 씁쓸하지 않다.
김 전 장관 등은 전 정권 때 보임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당연시됐던 낙하산 인사 폐습에 잠재된 불법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환경부에 국한된 게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보훈처 등 여타 부처 산하기관에서도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만일 추가 수사로 이 또한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른바 적폐청산을 빌미로 친정권 코드 인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말이 된다.
공공기관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건 당연하다. 가급적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뽑으려는 노력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 해도 내 편이란 이유만으로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를 발탁해 결국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면 어디까지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을 계기로 공공기관 요직을 정권의 전리품인 양 마구잡이로 나눠 먹던 관행이 사라지길 바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