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 등은 전 정권 때 보임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김 전 장관은 재판 과정에서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으며 전 정권에서도 이런 관행이 존재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파돼야 할 불법 관행"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청와대가 낙점한 후보자가 신규 임원으로 채용되도록 공무원을 동원해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각 기관의 업무를 방해해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당연시됐던 낙하산 인사 폐습에 잠재된 불법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환경부에 국한된 게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보훈처 등 여타 부처 산하기관에서도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만일 추가 수사로 이 또한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른바 적폐청산을 빌미로 친정권 코드 인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말이 된다.
공공기관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건 당연하다. 가급적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뽑으려는 노력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 해도 내 편이란 이유만으로 무능하고 부패한 인사를 발탁해 결국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면 어디까지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을 계기로 공공기관 요직을 정권의 전리품인 양 마구잡이로 나눠 먹던 관행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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