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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제주 민심의 화두는 ‘제2공항’ 찬성이냐 반대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3 10:31

수정 2021.02.13 11:10

15~17일 찬반 제주도민 여론조사 진행 18일 결과 발표
난개발 vs 경제 활성화…광고·SNS·현수막, 여론전 치열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뉴스1]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뉴스1]

[제주=좌승훈 기자]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직계가족이라고 하더라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지침에 따라, 화상 회의 앱 '줌(Zoom)'을 통한 비대면 방식의 차례가 등장하고, 모바일 메신저 송금 기능을 통해 세뱃돈을 전했지만, 11~14일 설 연휴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특히 제주는 5년 이상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궈 놓은 5조1278억원 규모의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가 설 연휴 직후 진행되면서 밥상머리 민심의 최대 화두는 제2공항으로 압축됐다.

찬반 단체들의 여론전도 치열하다. 영업시간이 밤 10시 이후로 연장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으로 각종 모임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TV·신문광고는 물론 현수막과 유인물, 문자메시지와 같은 비대면 소통방식을 통해 찬반을 독려하고 있다.

설 연휴 직후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이번 설 명절 민심이 여론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제2공항 건설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제2공항=국책사업, 민주당 입장 밝혀라

지역 정치권도 가세하면서 날 선 갈등은 여론조사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론전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찬성과 반대를 독려하는 각각의 현수막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져 경찰 수사를 의뢰하거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도 벌어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일 제주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제2공항 찬성 광고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일 제주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제2공항 찬성 광고

우선 도내 46개 경제단체로 구성된 제주지역 경제단체협의회는 지난 3일 "제2공항 건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필수선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촉구 범도민연대, 제2공항 성산읍 추진위원회, 귀농귀촌 제2공항 찬성연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제2공항 판대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찬성한다’라고 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재호·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을 겨냥해 제2공항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정을 다루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제2공항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한데 이어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에게 제2공항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 반대 단체 “절박한 마음에 삼보일배로”

반대 단체도 팔을 걷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과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는 릴레이 방식으로 거리 선전전과 신문 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또 ‘제2공항 반대 서귀포 삼보일배행진단’을 만들어 지난 4~9일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을 중심으로 제2공항 반대를 호소하는 삼보일배에 나섰다. 이들은 “제2공항 건설을 막는 것이 난개발에 마침표를 짜고 제주를 제주답게 가꾸어나가는 출발점”이라며 “공항의 혼잡과 불편은 기존 제주공항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일 제주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제2공항 반대 광고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0일 제주지역 일간지에 게재된 제2공항 반대 광고

지난 10일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 반대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물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전교조 제주지부 등도 ‘환경파괴, 공군기지 활용, 공동체 붕괴, 제2공항 반대’ 등을 내걸고 “관광객의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질적인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 지역정치권 가세로 격화…후유증 예고

제2공항 찬반 여론전이 과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여론전이 정치권으로 옮겨지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찬반 홍보 캠페인을 법률의 범위 내에서 평화적으로 진행하고, 도내 정치권에서도 공정성을 훼손하는 언행과 정치적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대학교와 제주한라대학교, 제주국제대학교 소속 교수 111명은 ‘제2공항 문제의 갈등이 종결되기를 바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번 결과를 모든 도민과 단체들이 수용해야 하고, 그것만이 지난 5년 동안 찬반 갈등으로 점철되고 분열되어 온 도민사회를 통합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제2공항 제주도민 여론조사가 일방적인 정치적 권위에 의해 ‘찬성’ 혹은 ‘반대’로 강제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의 공방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제2공항 입지 선정이 발표된 2015년 11월부터 5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별도로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진행된다.
조사내용은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을 확인하는 통계 질문과 제2공항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묻는 문항이 주요 내용이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이용해 유선 20%·무선 80% 비율로 이뤄진다.
결과는 18일 오후 8시에 발표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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