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 시위가 16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군경의 진압에 따른 사망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미안마 군부의 실탄 사용을 규탄하며 제재를 예고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체포와 강경 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 버마어판에 따르면 전날 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민간인 자경단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제2 도시인 만달레이의 야다나본 조선소에서는 군부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으며 이를 진압하기 위해 달려온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총격으로 인해 목수로 알려진 36세 남성 텟 나잉 윈과 14~18세 사이로 추정되는 소년이 각각 머리와 복부에 총을 맞고 숨졌다. 총격으로 인해 20~3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세 여성 미야 테 테 카인은 총격 이후 뇌사상태에 빠졌고 19일 오전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총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20일까지 4명으로 늘어났다.
세계 각국에서는 미얀마 유혈사태에 연이어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 외교부는 20일 대변인 논평에서 “미얀마 국민들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바, 시위대를 대상으로 과도하고 불필요한 폭력 사용을 자제할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로 "버마(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하고 지속해서 시위 참가자와 다른 사람들을 구금,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버마 시민들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주미얀마 미 대사관도 21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누구도 반대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다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사관은 "네피도에서 미야 테 테 카인이 사망한 지 하루 만에 발생한 만달레이 시위자들에 대한 치명적인 총격이 깊이 우려된다. 군은 미얀마 국민에 대한 폭력을 중단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평화적인 민간 시위대에 대한 군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미얀마의 군과 모든 보안 병력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영국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역시 트위터에서 "미얀마의 평화 시위대에 대한 발포는 선을 넘은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 일원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반대 의견을 억누르는 행위에 대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국방장관과 내무부 장관 및 차관에게 여행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렸다.
미얀마 내부에서도 군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21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국적 휴전협정(NCA)을 체결했던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전날 성명을 내고 군사정부와 더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군정 타도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130여개의 소수민족이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얀마에서는 1984년 이후 자치를 요구하는 무장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이어졌다. 20일 입장을 밝힌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2015년 이후 미얀마 정부와 NCA 체결에 합의했다.
미얀마 군부는 국내외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20일까지 569명이 군정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들을 주로 시위 선동 혐의로 한밤중에 영장없이 구금되었다. 군정은 동시에 20일까지 1주일째 국내 인터넷 사용을 차단했다. 미얀마 시위대는 군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21일에도 양곤과 만달레이 등에서 시위를 재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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