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한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흘레단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가슴에 총을 맞고 숨진 니 니 아웅 뗏 나잉(23)이 사망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은 미얀마 시민들이 유엔의 개입을 촉구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쓰고 있는 문구다.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이 4주째 이어지며 희생자가 늘고 있다. 일요일인 28일에는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피의 일요일’이 지나고 1일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모였고, 군부는 다시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희생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개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실제적인 개입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얀마 유혈사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쿠데타 및 폭력 발생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추가로 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추가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영국은 미국, 캐나다와 협력해 미얀마군 총사령관을 포함한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에게 인권제재 조치를 취했다”면서 “폭력을 멈추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규탄이나 경고 수준이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 회원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미얀마 무기 수출금지와 군부 인사 제재 등을 언급했다.
앞서 유엔은 쿠데타 직후인 지난 달 2일에도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성명서 채택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아무런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미얀마가 속해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움직임도 있지만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세안은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2일 미얀마 군정 대표와 화상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가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해 추가 기소를 단행하며 강경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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