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남부지법 3차 공판
차에 1시간 이상 방치하기도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망사건 3차 공판에서 정인양 생전 충분한 영양섭취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심케 하는 증언이 나왔다. 함께 식당과 카페에 갔던 이웃주민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양모 장모씨(35)가 정인양 나이에 맞는 음식물을 먹이지 않았다는 증언을 내놓은 것이다.
차에 1시간 이상 방치하기도
함께 식당에 가 수차례 잔소리를 했지만 고기나 동치미 등 다른 반찬을 주지 않고 맨밥만 먹였다는 내용이다. “간이 배어 있다”며 다른 반찬을 주지 않던 장씨는 A씨의 지속적인 요구에 상추를 뜯어 먹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장씨가 김포 한 카페에 1시간여 머무는 동안 정인양을 차에 방치해 자신이 직접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상태를 확인했다고도 언급했다.
■정인이 가까이서 본 이웃 증언 나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열린 정인양 양모 장씨와 양부 안모씨(37) 3차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첫 증인으로 나선 A씨는 6살 아이를 둔 가정주부로, 장씨 부부와 놀이터와 카페 등을 함께 다닌 이웃 사이다.
이날 A씨는 장씨와 함께 카페와 음식점에 방문한 일을 증언했다. 때는 정인양이 사망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초로, 이들은 함께 김포에 위치한 카페에 방문했다. A씨는 “카페에 가니까 피해아동이 없었고 차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1시간 이상 (카페에) 머무르다보니 아이 걱정이 돼 주차장에 나가봤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어 “아이가 (차에서 혼자) 깨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핸드폰 하나 놓고 걸어둔 채로 있어서 아이가 울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며 “걱정이 돼 주차장에 나가보니 아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A씨는 장씨가 정인양에게 제대로 음식물을 챙겨주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카페에서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장씨는 이번엔 정인양을 데려와 함께 자리했다. A씨는 당시 정인양의 상태에 대해 “며칠 만에 봤는데 얼굴이 굉장히 안 좋아서 마음 아팠던 상황”이라며 “장씨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의심 하지 않던 상황에서 ‘많이 안 좋구나’ 하고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어 “고기는 간이 배어 있어서 안 준다고 했고 동치미 국물이라도 떠주면 어떻겠느냐고 세 번째로 얘기했는데도 (장씨가) 안 줬다”며 “밥과 상추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인양은 돌이 지난 상태로 이유식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않은 것이다. 다만 A씨는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까웠다”면서도 “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살릴 수 있었는데 공권력 뭐했나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던 정인양이 9월에 등원한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려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제가 안아보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며 “어린이집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병원에 확인하고 싶어서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날이 9월 23일로,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울 양천경찰서는 내사종결 처리했다.
3번째이자 마지막 신고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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