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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예약 앱 '최저가', 왜 다 똑같을까?…갑질 조항 시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5 12:28

수정 2021.03.15 12:28

-공정위, 호텔 예약 플랫폼의 최혜국대우 조항 시정
-자사 플랫폼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라는 조항 삭제·수정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저마다 '최저가'를 내세우는 국내 호텔 예약 플랫폼(OTA) 사업자들이 사실상 다 같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조항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호텔의 가격 인하 효과뿐 아니라 무료취소 등 조건의 폭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봤다.

가격·조건 모두 동일하게 제공해야…불공정 조약 시정

공정위는 국내외 5개 OTA 사업자들이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조항을 심사해 최혜국대우 조항(MFN)을 시정했다고 15일 밝혔다. 5개 사업자는 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이다.

이번에 시정한 최혜국대우 조항은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지금까지 국내 숙박업체들은 여러 OTA와 맺은 이 최혜국 조항 때문에 사실상 모든 OTA에 동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숙박상품들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특정 호텔이 OTA A사를 통해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면, 같은 객실을 호텔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OTA B사, C사 등을 통해서는 10만원 미만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또 특정 기간동안 OTA A사에게 10개의 객실을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면 다른 곳에도 10개를 초과하는 객실을 제공해선 안 되고, 특정 룸컨디션, 취소조건 등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9년 12월 서울·제주도에 소재한 호텔 16개 업체의 OTA 사업자와의 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계약에서 넓은 범위의 MFN 조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넓은 범위의 MFN이란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좁은 범위의 MFN은 다른 OTA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되, 적어도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 때문에 숙박업체는 특정 OTA를 대상으로 객실요금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판촉전략을 시행할 수 없었고, 신규 OTA 입장에서도 기존 OTA에 비해 낮은 객실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기도 어려웠다"며 "결국 시장 전반적으로 가격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 후생이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 자료사진. 2020.3.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진=뉴스1
인터파크 자료사진. 2020.3.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진=뉴스1

"경쟁 회복으로 가격 인하 효과 있을 것"

공정위는 해당 OTA 사업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MFN 조항을 삭제하거나, 넓은 범위의 MFN 조항을 좁은 범위의 MFN 조항으로 수정했다.

호텔 자체 웹사이트가 OTA보다 저렴하게 객실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이 OTA에서 숙박상품을 검색하고 예약은 호텔 웹사이트에서 하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호텔 웹사이트보다는 같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OTA에 숙박상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MFN 조항을 금지하거나, 좁은 범위의 MFN 조항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개별입법을 통해 좁은 범위의 MFN마저도 금지하고 있다.
EU 일부 국가와 스위스, 브라질, 뉴질랜드, 홍콩 등은 경쟁당국이 좁은 범위의 MFN 조항을 수용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으로 가격 인하 효과 뿐 아니라 무료 취소나 원하는 뷰 등 조건도 다양해져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OTA의 불공정 계약조항을 사업자들이 스스로 시정하여 시장경쟁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어 여행산업이 재개된다면 이번 조치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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