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병원에 부적절 조언 녹취 파장
거짓 증언 등 불법 여지 커 논란 가중돼
반년 뒤엔 유령수술 피해사건 수임해
당시 유족 "돈만 받고 방관했나" 분통
[파이낸셜뉴스]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된 뒤 수술하기로 한 의사 대신 경험이 일천한 초짜 의사나 무자격자가 대신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변호사 시절 유령수술로 환자 2명이 사망한 병원에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조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조언내용은 실제 수술하지 않은 적법한 의사가 수술을 한 것처럼 증언하라는 것, 사실상 범죄 은폐 및 범인 은닉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짓 증언 등 불법 여지 커 논란 가중돼
반년 뒤엔 유령수술 피해사건 수임해
당시 유족 "돈만 받고 방관했나" 분통
문제 변호사는 사건이 보도된 뒤 계약을 해지했다. 그로부터 반년 뒤 또 다른 유령수술 사망 사건에서 이번엔 피해자 측에 선다. 피해자는 이 변호사가 그와 같은 전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검사장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군) 이야기다.
두 얼굴의 변호사, 국회의원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기 전 권대희 사건을 수임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건 2019년 4월로, 경찰이 권대희 사건 피의자들을 무면허의료행위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뒤였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건 2018년 10월이다. 2년에 걸친 경찰 수사 이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으나 다시 6개월 간 기소되지 않고 있자 권씨 유족이 검사장 출신인 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권씨 유족은 유 변호사에게 경찰이 송치한 무면허의료행위 및 의무기록지 허위기재 등의 혐의를 검찰이 불기소하지 않도록 조력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보수를 제한 선임료만 수천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사건은 다시 반년이 넘게 흘러 2019년 11월에야 재판에 넘겨졌다. 송치된 지 무려 41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핵심인 의료법상 무면허의료행위 혐의도 빠져 사실상 봐주기 기소가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유 변호사에게 기대했던 역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유 변호사는 당시 수임 과정에서 유령수술로 가족을 잃고 고통을 호소하던 유족에게 여러 조언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가 유령수술 병원의 범인은닉을 자문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뒤 권대희씨 모친 이나금씨는 분노를 터뜨렸다. 이씨는 “유령수술을 한 사실을 알면서도 무혐의 처리되도록 조작하라고 조언해놓고서 우리 사건을 맡았다니 충격적”이라며 “(사건을 담당한) 성재호 검사가 대희 사건을 1년 넘게 지연시키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불기소했는데, 지금 보니 (유 변호사가) 돈만 받고 방관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더민주 "범인 은닉 변호 의혹 파헤쳐야"
유 변호사는 2018년 말 유령수술로 환자 2명을 사망케 한 병원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돼 범인 은닉방법을 자문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유령수술 가해자를 부적절하게 조력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상징적 유령수술 사건에서 유족을 대리한 것이다.
MBC가 공개한 녹취에서 유 변호사는 실제 수술을 한 의사 대신 자격이 있는 의사가 수술을 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변호사는 심지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조언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나한테 들은 거 아니야”라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무면허 의사와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실제 수술을 한 사실을 알면서도 자격이 있는 의사가 한 것처럼 수사기관에 거짓으로 증언하라고 조언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국회와 법조계에선 해당 조언이 변호사 윤리의무 위반은 물론 범인은닉 교사죄까지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인 ‘처럼회’는 지난 24일 입장을 내고 “유상범 변호사가 대리수술 사망사건을 덮기 위해 내놓은 수법은 일지 조작 같은 증거인멸부터 범인 은닉 등 사건 은폐 행위가 총망라돼있다”며 “국회는 유 의원에게 제기된 범인 은닉 변호 의혹을 밝히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 변호사는 법정에서 변론을 하지 않고 조언만 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 변호사는 해당 내용이 보도된 2018년 11월 착수금 명목으로 받은 7500만원을 병원 측에 반환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유 변호사 측에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유령의사 대리수술
한편 권대희 사건은 지난 2016년 경희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고 권대희씨(당시 25)가 군 전역 후 모은 돈으로 가족 몰래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져 끝내 숨진 사건이다. 하루 한 끼만 먹어가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상담 때 들은 말과 달리 집도의가 뼈만 절개하고 나가버리고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6개월 차 의사가 수술을 이어받는 등 총체적 부실 속에 사망에 이르렀다. <본지 2020년 6월 6일. ‘[단독] 원장도 모르는 의사가 수술실에··· 갈수록 충격 '권대희 사건'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경찰 수사결과 권씨 수술 당시 동시에 진행된 수술만 3건으로, 집도의 장모씨와 마취과 의사 이모씨, 그림자의사 신모씨가 수술방을 돌아다니며 연속으로 수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가 자리를 비운 가운데 간호조무사 홀로 수술실에 남아 권씨를 지혈한 시간만 35분에 이르렀다. 권씨는 이 같은 사실을 수술 전에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상해치사나 사기는 물론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방조 혐의도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전문기관 감정결과와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를 뒤집은 결정으로, 본지가 당시 불기소처분이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하며 논란이 됐다.
권씨 유족은 집도의 측 변호사 윤모씨와 사건을 수사한 성재호 검사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이라며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가리는 재정신청을 접수하고 검찰과 법원 앞에서 무기한 1인시위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검찰은 무면허의료행위 혐의를 뒤늦게 기소했다. 피고인들은 여러 수술실을 오가며 수술을 진행하고 간호조무사 홀로 수술방에 남아 권씨를 30여분 간 지혈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처벌대상은 아니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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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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