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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태현 막아야 하는데…'구멍 숭숭' 스토킹처벌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5:50

수정 2021.04.08 15:53

[파이낸셜뉴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년만에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 예정이지만, 법의 미비점이 다수 발견되면서 피해자 보호 역할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여에 걸친 스토킹 끝에 끔찍하게 살해당한 '노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처벌법 '지속·반복' 정의 모호
8일 경찰과 국회 등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은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9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그간 경범죄에 그치던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에는 스토킹 범죄를 '스토킹 행위를 지속·반복적'으로 할 경우 성립한다고 명시했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당사자나 가족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녀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했다.

다만 '지속·반복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원 세모녀 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의 경우, 3개월여에 걸쳐 피해자의 집 주변을 서성이고 피해자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도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경찰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하는 데 주관이 개입될 수 있어,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일선에서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남녀 사이 개인적인 사안인지, 스토킹인지 판단하려면 (행위에)어느 정도 시간과 어떤 행위가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 강화해야"
스토킹 처벌법에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음)' 조항이 적용된 점도 주된 비판거리다. 가해자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스토킹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선처하거나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노원 세모녀 사건' 피해자는 전화번호를 바꾼 사실을 지인에게 알리는 등 수차례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되더라도 지인의 신고를 통해 피해를 사전에 막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도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을 막는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설된 스토킹 법안이 처벌 수위를 강조한 만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피해자 보호 명령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보호 조치를 실시하는 제도다. 스토킹 피해가 확인될 시 법원에서 자동으로 보호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곽 교수는 "스토킹의 의미를 정확히 규명하거나, 보호하는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시행령 등을 통해)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처벌이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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