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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남친 잡으려고 생후 1개월 딸 살해한 비정한 母

뉴스1

입력 2021.04.20 07:01

수정 2021.04.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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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2017년 4월에 태어난 A씨(44·여)의 영아는 태어난 지 한 달만에 숨졌다. '엄마' A씨가 먹인 다량의 수면제가 그 사인이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시기는 약 3년 후인 2020년 8월.

숨진 아기는 세 차례 봄이 찾아오는 동안 신문지와 옷, 비닐봉투로 감싸진 채 종이박스에 담겨 경기 수원시 팔달구 A씨 집 보일러실에 미라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들 모녀는 지난해 8월10일 오후 4시께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출생신고 이후 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고, A씨도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사무소 측이 종암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것. 경찰은 이들 모녀를 추적해 수원까지 도착했다.


경찰관이 A씨를 발견했을 당시, 그녀는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의 약을 먹고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A씨는 경찰에서 "남편없이 스스로 아기를 양육하기에 너무 버거운 상황에서 아기가 계속해 울고 잠을 자지 않아 딸에게 수면유도제를 섞은 분유를 먹였다"고 자백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수면유도제를 탄 분유를 먹여 살해한 점은 중죄에 해당한다"면서도 "당시 연인 사이였던 B씨가 아기출산을 반대한다는 부담감에 결국 출산한 아기를 이미 정신적·육체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살해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A씨는 2심에서 1년 가중된 형량인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받았던 당시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육체적 피로감에 초점을 두기 보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영향이 생길까하는 우려를 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판결을 내렸다.

아기는 A씨가 7년 동안 교제했던 B씨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이보다 앞서 이미 4차례 낙태한 사실이 있다. 결혼을 원했지만 B씨는 결혼이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A씨가 이미 전남편 사이에 낳은 딸이 있고 그 딸이 성인이 돼 결혼해 낳은 손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5번째 임신을 했을 때 이 사실을 B씨에게 알리자 "애를 낳으면 안된다"는 말에 A씨는 "사실 임신하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B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아기를 출산한 A씨는 B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을 우려해 2017년 5월 생후 한달 된 딸을 살해했다. B씨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A씨는 자신이 배아파 낳은 생후 한달된 딸을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 범행이 발각될 위험이 커지게 되자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죽음을 결단하는 상황에서까지 'B씨의 아기가 아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B씨를 보호하려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선고공판에서 "A씨는 출산을 원하지 않는 B씨의 말에 주변에 알리지 않고 아기를 출산했다"며 "A씨가 이미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 점, 아동수당 및 양육수당과 같은 복지제도로 충분히 아기를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에서 A씨의 상황은 그렇게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록 아기를 입양보내려는 등 노력은 있었으나 아기가 죽은 이후에 종이상자에 담아 3년 동안 방치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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