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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취임 한달, '스텝 꼬인' 부동산 정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10 16:40

수정 2021.05.10 16:40


오세훈 서울시장 주요 발언
일시 내용
서울시장 후보 시절 "취임 일주일 안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풀겠다"
4월 8일 언론 인터뷰 "재건축 사업,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진행하겠다"
4월 21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 이후 브리핑 "대통령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시범아파트 같은 현장을 한 번만 나가주시면 좋겠다"
4월 29일 긴급 브리핑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장 교란부터 근절하겠다. 부동산 투기 수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본보기를 마련하겠다"

오세훈 취임 한달, '스텝 꼬인' 부동산 정책

[파이낸셜뉴스] '취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은 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공수표가 됐다. '스피트 주택공급'을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재건축 단지발 집값 과열로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 카드를 꺼내들며 시장 안정화에 나서는 전략적 선택에도 민간 공급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와의 협력은 한 발도 나가지 못하면서 오 시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첫 단추 꼬인 부동산 정책
10일 부동산 시장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9% 오르며 서울시 보궐 선거 전(0.07%)보다 높아졌다. 특히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있는 △송파구(0.15%) △강남구(0.14%) △영등포구(0.14%) △양천구(0.12%) 등은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며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둔화되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책임론이 오 시장에게 쏟아지고 있다.

오 시장도 지난 달 말 집값이 급등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무조건적인 민간 정비사업 완화보다 집값 안정화에 우선 순위를 두는 조치를 취했다. 한편으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전제로 국토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시장안정·이익공유가 전제되면 검토한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오 시장이 시장 안정화 카드를 통해 중앙정부와 재건축 규제 완화의 '딜'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현재로선 집값 상승만 초래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한 달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시의회와 협력에 주력한 시간"이라며 "주택 공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부 협력없으면 집값 책임론 불가피
오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와 사업 속도를 기대했던 조합들은 낙담하는 눈치다. "재건축 정상화 시그널"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반겼던 단지들도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윤수 압구정4구역 재건축조합장은 "오 시장이 당선 뒤 처음에는 재건축에 속도가 붙겠다고 기대했던 조합원들이 최근엔 시장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며 "우리도 집값이 마냥 오르는 걸 원치는 않지만, 그동안 공급이 막혀 집값이 올랐던 걸 감안하면 결국 재건축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속도를 기대한 조합들의 바람과는 달리 오 시장은 기부채납, 소셜믹스 등을 추진하는 단지에 재건축 우선순위 등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무조건적인 민간 공급 확대보다 공공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은마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구가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보완 통보를 받은 것이다.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등 소셜믹스 부분을 보강해달라고 요구했다. 은마아파트 한 주민은 "우리도 압구정처럼 1대 1 재건축을 하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공공성을 강화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는 오 시장의 발언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 시장 취임 전부터 '시장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용적률 상향, 층수규제 완화 등은 서울시의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수다.


다만,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고 공공기여에 따른 우선순위를 주겠다고 한 건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춘 것"이라며 "민간을 너무 옥죄면 공급 물량에 차질을 빚는 만큼 정부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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