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제주삼다수, 지속가능 미래 화두는 ‘必환경’ ESG 경영”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26 14:00

수정 2021.05.26 15:09

[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6월부터 연간 생산량의 30% 수준…‘무라벨’ 생수로 출시
생산·판매·새활용까지 ‘그린 홀 프로세스’ 경영 원년 선포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그냥 1등이 아니다. 1998년 첫 출시이래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서 줄곧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제주삼다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 대표 공기업이자 ‘국가대표 먹는샘물’ 제주삼다수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사장 김정학)는 지난 2019년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지원하는 국제기구인 UNGC(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한데 이어,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올해를 ‘ESG 선도 공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원년으로 선포했다.

특히 필(必)환경 시대에 맞춰 친환경 소재 제품을 출시하고, 폐기물 관리프로그램 구축을 구체화했다.

■ 30~31일 P4G 정상회의서 무라벨 삼다수 선봬

김정학 사장은 무엇보다도 생산과 수거, 새 활용(업사이클)까지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국내 유일의 친환경 사업모델인 ‘그린 홀 프로세스(Green Whole Process)’ 경영을 본격화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50% 저감 ▷신재생에너지 50% 전환 ▷감귤 부산물 100% 재활용 ▷자원순환시스템 구축을 전략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첫 단계로 무(無)라벨 생수(그린에디션)를 내놨다.

이는 삼다수 특유의 푸른색 비닐 상표 띠를 없애고, 용기에 양각 형태로 브랜드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페트병의 라벨을 없애 분리수거의 번거로움을 덜고, 용기 경량화와 함께 재활용률을 높여 제품의 친환경 요소를 더욱 강화했다.

무라벨 제품은 오는 30~31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1 P4G 정상회의’에서 첫 선을 뵌다. P4G는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라는 뜻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협의체다.

2030 제주도개발공사 환경가치 경영전략
2030 제주도개발공사 환경가치 경영전략


■ 무라벨 1억병 생산…연 64톤 비닐 폐기물 절감

김 사장은 “삼다수가 먹는 샘물 시장에서 1등인만큼 친환경도 1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삼다수가 제품 생산·판매·재활용까지 대한민국 친환경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500㎖·2ℓ 무라벨 제품 1억병을 생산해 연내 약 64톤의 비닐 폐기물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연간 생산량의 30% 수준이다.

친환경 무라벨 생수 출시를 시작으로 재생페트·바이오페트 등 소재 혁신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줄여 궁극적으로는 '탈(脫) 플라스틱'에 도전한다는 게 공사의 목표다.

무라벨 삼다수는 우선 6월부터 가정배송앱(삼다수앱)을 통해 판매된다. 연내 페트병 회수 시스템도 갖춘다. 삼다수앱 고객들이 배출하는 페트병을 전문 배달기사들이 수거하고, 옷과 가방으로 만드는 구조다. 제대로 분리 배출된 페트병의 활용 가능성은 일찍이 증명됐다. 플리츠 마마의 ‘플리츠 니트백’과 노스페이스의 ‘K-ECO 삼다수’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 페트병서 뽑아낸 원사…옷과 가방으로 재탄생

김 사장은 “공사가 수거한 투명 페트병은 페트병에서 원사(실)를 뽑아내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전달되고 ‘재생 원사’를 생산하면, 이 원사를 활용해 옷·가방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먹는샘물시장 점유율 1위의 제주삼다수
국내 먹는샘물시장 점유율 1위의 제주삼다수

삼다수는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함양돼 지하 420m까지 18년에 걸쳐 생성된 청정 화산암반수로 ‘화산송이가 키운 생명력이 물속에서 몸속까지’라는 핵심 메시지를 용기에 담아왔다.

하지만 무라벨 제품을 만들려면, 적잖은 예산을 들여 기존 생산라인을 바꿔야 하고, 특히 지난 24년 동안 용기에 붙여온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한라산 백록담’과 ‘화산 암반수·청정지역’ 라벨을 떼야 한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좋은 물은 친환경 용기에 넣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무라벨 생수는 비닐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 효과도 크다.

■ 삼다수 출시 이래 생수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앞서 공사는 2003년부터 용기 경량화를 진행했다. 2ℓ 용기 1개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은 출시 초기 58g에서 49.5g으로 8.5g 줄었다. 500㎖ 제품은 최초 22g에서 18g까지 감량했다. 올해는 330㎖과 1.5ℓ 제품에 대한 경량화 작업에 나섰다.

감귤 농축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귤 부산물도 단미사료로 만들어 지난해 농가에 2658톤을 공급했고, 2030년까지 공급량을 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단미사료는 다른 것과 섞지 않은 가축 사료를 말한다.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

국내 먹는샘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834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삼다수 점유율은 40.7%다. 2019년 선뵌 삼다수앱 가입자도 17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앱을 통한 주문 배달이 늘면서 전체 온라인 판매액이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삼다수앱으로 주문하면, 전국 130여 삼다수 전문 대리점에서 가정까지 직접 배송한다. 김 사장은 “가정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다수앱을 비롯해 다양한 유통 혁신을 고민해 비대면 소비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사 매출액도 출범 첫 해인 1998년 88억8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는 2942억원으로 무려 33배 이상 신장했다.

■ 친환경 자원순환시스템 구축…탈 플라스틱 목표

김 사장은 36년 간 공직생활을 해 온 행정 전문가다. 제주 오현고와 제주실업전문대를 졸업한 뒤 1982년 공직에 들어왔으며,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정책기획관·특별자치행정국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17년 7월 퇴직했다.
지난해 6월 제11대 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환경과 사람까지 생각하는 기업이 바로 ‘제주삼다수’가 가고자 하는 길”이라며 ESG를 경영의 최대 화두로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안전망 확보와 환경 보호를 위한 사회적 요구도 커졌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면서 “제주의 수자원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대표 공기업으로서, ESG경영을 토대로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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