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불법촬영 피해자가 수사 도중 들은 말이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한 부사관의 불법촬영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대가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성희롱하거나 가해자 취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가 지난 8일 서울 노고산동 교육장에서 ‘공군19비 불법촬영 사건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성폭력상담소가 입수한 제보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쯤 사건 초동 수사 당시 19전투비행단 수사계장은 피해자 조사에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널 많이 좋아했다”라고 말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수사계장은 또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며 성희롱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는 가해자인 A하사를 지칭하며 “걔도 불쌍한 애야”, “가해자도 인권이 있어”라고 말하는 등 가해자를 옹호한 정황도 확인됐다. 피해자가 추가 피해 사실을 밝히려 하면 “너, 얘 죽이려고 그러는구나”라며 피해자를 가해자 취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인들은 여군을 직장동료가 아니라 한낱 여자로 보고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수사계장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사건 수사는 공군 중앙수사대가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공군 군사경찰은 수사의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군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민간인 여성 피해자들도 모두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후로도 불법촬영과 관련해 추가제보 창구를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군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5월 초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여군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군 간부가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는 오는 8월 전역이 결정된 군사경찰대 소속 하사다. 현재 파악된 피해자는 5~10명으로 추정된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