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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연임 금투협 박사 "크라우드펀딩 규제 풀어 혁신·창업기업 키워내야"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3 16:21

수정 2021.06.13 16:21

[인터뷰] 이연임 금투협 박사 "크라우드펀딩 규제 풀어 혁신·창업기업 키워내야"

[파이낸셜뉴스] "발행한도를 늘리되 미국처럼 순수 크라우드펀딩 금액만 산정해야 창업·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를 늘릴 수 있다. 펀딩 이후 중개사의 공시 책임을 면해주는 것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13일 이연임 금융투자협회 조사국제부 법학박사( 사진)는 위축된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할 개선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최근 크라우드펀딩의 제도개선을 '을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crowd)의 소액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사업자금을 조달(funding)하는 제도다. 모험자본 활성화 목적으로 미국 제도를 참고해 2016년 도입됐다.

상승세였던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2019년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크라우드펀딩포털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진행된 크라우드펀딩 건수는 28건으로 지난해(193건) 약 7분의 1 수준이다.
이미 올해 절반 가까이 경과한 점을 고려하면 크게 부진한 성적이다. 암호화폐·공모주 투자 열기 등 외부 요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규제 완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업계의 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당국은 지난해 6월 크라우드펀딩 발전 방안을 토론하고 ▲발행기업 범위 확대 ▲투자한도 확대 ▲중개업자 경영자문 허용 ▲정책지원 펀드 조성 등 구체적 규제 완화 계획을 내놨지만, 고위험상품인 까닭에 투자자 보호 규제를 손질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상반기 안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증권발행 한도를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완화 방안은 국회의 법개정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이 박사는 한도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한도 산정 기준이 보다 완화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발행한도 계산 시 크라우드펀딩 모집을 통한 증권의 모집가액과 과거 1년 동안 발행된 증권의 모집가액을 모두 합하는 기준 방식 때문에 발행사와 중개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증권사 등 중개사 입장에선 발행사의 사모발행 이력까지 모두 파악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발행사는 규모가 작고 전문성이 부족한 초기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자사의 발행 기록을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처럼 크라우드펀딩 금액만 산정해 자금 공급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박사는 중개사의 '계속공시의무'를 면해주는 것도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조건이라고 봤다. 현재 와디즈 등 전문 중개업자 외에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도 크라우드펀딩 업무를 겸업하고 있지만, 이들의 펀딩 실적은 지난 2019년 이후 멈춰 섰다. 증권사 입장에서 부담만 크고 실익이 없어서다. 발행사가 3억원가량 펀딩할 경우 중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약 2000만~3000만원인데, 발행 후 공시 의무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적게 벌고 위험은 큰 업무'로 취급 받는다.

이 박사는 "발행사가 펀딩 후 사업보고서 공시를 누락할 경우 중개사도 과태료 등 법적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발행사에게 '을'인 중개사 입장에서 '못 해먹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의 계속공시의무를 면제하고, 중앙기록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과 발행사의 홈페이지에만 재무제표 등 기업정보를 공시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이 박사의 의견이다. 그는 "인적, 물적자원이 풍부하고 공신력 있는 예탁결제원이 이를 맡아 관리하면 좋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발행사와 중개업자 홈페이지를 찾기보다 예탁결제원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유익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광고규제를 금융상품 수준으로 풀어주는 것도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할 방안으로 꼽았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나 발행사는 중개업자의 홈페이지 외에 투자광고를 할 수 없다. 다만 다른 매체에 투자광고가 게시된 홈페이지 주소나 증권의 청약기간 정보를 올리는 것만 가능하다.
발행사의 기업운영 기간이 짧고 실적이 미진한 사례가 많아 기업에 의한 허위과장광고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 사례에 비추면 과한 규제다.


이 박사는 "일반 금융상품처럼 투자자보호를 위해 금융투자협회 심사를 통과한 광고는 자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로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고 잠재 IPO(기업공개)기업인 혁신, 창업기업을 성장시켜 자본시장 토대를 견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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