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일반

그래도 강민호 양의지가 있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16 14:33

수정 2021.06.16 14:33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연속해 대표팀 안방을 책임진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사진=뉴시스화상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연속해 대표팀 안방을 책임진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사진=뉴시스화상

투수 명단을 보는 순간 ‘약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투수진 하나하나를 뜯어보니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걱정부터 떠올랐다. 앓는 소리 잘 하지 않는 김 감독도 ‘왼 쪽 투수’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서 한국에 금메달을 선물했다. 당시 한국대표팀에는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장원삼, 권혁 등 내로라하는 좌투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좌투수진이 든든하면 우선 숙적 일본과의 경기를 조금 안심하고 볼 수 있다.

이선희-김기범-구대성-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역대 한국대표팀의 일본 킬러들은 모두 좌투수였다. 마무리에도 전성기의 오승환과 ‘괴투’ 정대현이 버티고 있었다. 2008년 KBO리그 평균자책점 10위 안에는 레이번(3.30, 7위, 당시 SK)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 투수들이었다.

윤석민이 2.23으로 1위, 김광현 2위(2.39), 봉중근 3위(2.66), 장원삼 5위(2.85), 류현진 8위(3.35) 등이었다. 이번 대표팀 가운데는 원태인 6위(2.51·삼성) 최원준 7위(2.57·두산) 둘 뿐이다. 토종 좌투수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뛰어난 백정현(9위, 2.88·삼성)은 빠져있다. 고영표(13위, 3.30·KT), 박세웅(19위, 3.38·롯데), 김민우(20위, 4.04·한화)는 10위권 밖이다.

이번 도쿄올림픽 야구의 최대 난적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개최국인 만큼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서 일본과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다. 예선리그에선 김광현이 선발로 나와 5⅓이닝 1실점 호투했다.

김광현은 준결승서도 8이닝 2실점으로 승을 따냈다. 이승엽을 영웅으로 만든 역전 결승홈런이 8회 말 터졌다. 쿠바와의 결승서는 류현진(8⅓이닝 2실점·승)-정대현(⅔이닝 무실점·세)이 이어 던졌다.

‘라떼는’ 얘기를 새삼 꺼낸 이유는 솔직히 불안해서다. 이번 대표팀 투수들이 일본이나 미국을 상대로 8이닝씩 던질 수 있을까. 선뜻 확신이 서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의 우려대로 왼쪽 기둥이 빈약해 보인다.

차우찬(LG)은 복귀 후 두 경기를 호투했지만 부상에서 막 회복했다. 이의리(KIA)는 구위 면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 신인이어서 올림픽 같은 큰 무대서 자신의 몫을 해낼지 의문이다.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NC 양의지. /사진=뉴시스화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NC 양의지. /사진=뉴시스화상

그렇다고 마냥 암울한 것은 아니다. 부분별로 보면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포수진을 구성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를 갖춘 강민호(36·삼성)와 양의지(34·NC)가 안방 살림을 맡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서 한국은 진갑용과 강민호 투 포수 체제였다. 진갑용의 부상으로 사실상 강민호가 고군분투했다. 당시 강민호의 나이는 23살. 대표팀 안방살림을 홀로 책임지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13년 전 강민호와 지금의 강민호는 다르다. 투수리드에서 급이 달라졌다. 타격 3위에 올라 있을 만큼 방망이도 뜨겁다. 또 그의 곁에는 곰의 탈을 쓴 여우 양의지가 있다.
이 둘이 합하면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만 11차례다. 투수의 능력 발휘는 포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양의지와 강민호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