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반기 최대 호재로 꼽혔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이 또다시 미뤄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 당국의 미지근한 태도를 지적하며 올해 안에 승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증권 규제를 담당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현지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ETF 거래 승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SEC는 연기 이유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의견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 ETF가 시장 조작에 취약한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어떠한 시장 참가자라도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고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일반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에는 비트코인 명칭이 붙은 ETF가 이미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블록체인 관련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을 뿐 직접 비트코인을 소유한 ETF는 아직 거래되지 않고 있다. SEC는 당초 지난 4월에 반에크 ETF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6월로 미뤘고 이번에 또 미뤘다. 반에크 외에도 크립토인, 스카이브릿지, 갤럭시 디지털 등 9건의 ETF가 SE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SEC는 지난 4월 접수된 위즈덤트리의 ETF 승인 여부를 지난 5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6월로 미뤘고 지난 2일에 이를 또 7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SEC는 이달 9일에도 크립토인의 ETF 승인 심사를 7월 27일로 연기한다고 알렸다. 일정 연기가 심의 거부나 ETF 불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SEC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최장 240일동안 심사를 연기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앞서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을 강의했던 게리 겐슬러가 신임 SEC 위원장으로 취임하자 올해 안에 비트코인 ETF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달 하원 증언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너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 중 어느 한곳도 SEC에 거래소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EC는 지난 10일에도 “가상자산은 매우 투기적”이라며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선물시장에 노출되는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잠재적 위험과 이점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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