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권침해·임금체불 조사
"비자판매 업태도 조사해야" 촉구
법무부가 외국인 상대 연예기획 사업을 영위하는 일부 기획사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비자판매 업태도 조사해야" 촉구
외국인이 한국에서 연예인 또는 연습생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E-6비자(예술흥행비자)가 필요한 점을 악용해 외국인을 상대로 갑질을 한 일부 기획사를 비롯한 업계 전반이 이번 조사 대상이다.
■'K-갑질' 연예기획사 조사 착수
2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달부터 외국인 배우·모델 지망생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가운데 일부 업체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이들 기획사의 인권침해 사안 뿐 아니라 세금 체납 등 정상적인 업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에이전시 가운데 C기획사는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와 별개의 사내 규칙에 사인하고 따르도록 강요했다. 해당 기획사는 'ID카드를 발급 받으면 여권은 회사에 보관한다'는 조항을 두고 이를 숙지하고 따르도록 했다.
C기획사 소속 모델로 활동했던 미국인 B씨는 "계약서 상 수익배분과 달리 회사가 더 많이 가져가는 것 이외에도 여권 원본을 회사에 보관하지 않을 경우 비자를 취소시키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며 "여권 원본 요구를 비롯해 불합리한 조건들이 이어져 다른 기획사로 이적동의서를 요청했지만 기획사는 오히려 계약조건 불이행으로 9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런 회사가 한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지만 이 같은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법적 시스템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C기획사 이외에도 임금체불 및 인권침해 관련 제보를 접수한 A기획사의 위법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중이다.
■'비자판매' 업태 조사도 이뤄져야
법무부는 일부 기획사의 임금체불, 인권침해 등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자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가 아닌 점검 차원으로, 사증신청 과정에서 불허가 된 업체 등 샘플링 방식으로 선정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여권 압수라던지 인권보호에 취약한 부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지 등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무부 조사에서 출입국관리법령 위반 등 심각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다만 에이전시 매니지먼트업 사업자 등록 취소 등에 대해서는 법무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부처에 관련 위반 사항을 알려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비자대행 수수료를 노린 기획사들의 업태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켈리 프랜시스 '한국 주재 외국 장기 체류 엔터테이너'(Expat Entertainer ROK) 공동 대표는 "법무부가 마침내 일부 갑질 기획사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비자 대행수수료 수익을 노린 '비자 판매' 실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했다"며 "이번 조사의 초점이 '비자판매'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획사들의 E-6 비자 판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E-6비자는 한국 거주를 위해 공공연히 사고 팔리는 품목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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