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자체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공룡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이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신규 투자로 이어진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해 기술업체들이 이전보다 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설립된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흡수하는 것으로 그치면 시장에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비관도 있지만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전기 먹는 하마'인 기술공룡들이 막대한 전기비를 선불로 내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업체들이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게 돼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부를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이들 기술공룡이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 대신 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업체들과 앞다퉈 전력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아마존은 이날 전세계 14개 신생 태양광·풍력발전 업체들로부터 1.5기가와트 전력 공급받기로 계약하고 이를 곧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부터는 아마존의 모든 전력을 이들 재생가능에너지 업체들이 담당토록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기술공룡은 전례없는 규모로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부문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이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고 장기 공급계약 대금을 먼저 치룬 덕에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정부 보조금보다 더 높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아마존, 알파벳 산하 구글, 페이스북, MS 등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계약을 공개한 주요 6개 상장사 가운데 이들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세계 전체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가운데 30%를 차지한다. 모두 25.7기가와트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아마존이 세계 최대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기업이다.
아마존 등 4개사 외에 프랑스 석유메이저 토탈과 미국 통신기업 AT&T가 재생가능에너지 구매 주요 6대 상장사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업체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설비에서 나오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이들이 싹쓸이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 에너지 업체들의 추가 투자를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기후위기를 늦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비롯해 이들 기술업체의 서비스 수요가 대폭 증가한 터라 이들이 기존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로 눈을 돌리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술공룡들의 전력 선매입 계약은 막대한 투자비에도 불구하고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 은행들마저 대출을 꺼리는 재생가능에너지 부문 투자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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