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의 이태원과 홍대 등에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다짜고짜 말을 걸어 성희롱하는 영상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국인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 K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K씨는 인터넷 사이트 4곳을 통합 운영하면서 한국, 홍콩, 대만 등지 여성들의 모습을 무단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게시하고, 월 27달러를 결제한 유료회원들이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 혐의다.
그는 2018년 8월 서울 용산에 있는 자신의 숙소 침실에서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 A씨와 포옹, 입맞춤 등을 하면서 몰래 미리 설치해 놓은 카메라를 통해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 및 피해자의 허벅지 등 다리가 노출되는 장면 등을 촬영한 후 유료회원제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K씨가 범행 이후 태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그를 덴마크 현지에서 체포한 후 국내로 송환했다. 적색수배는 인터폴이 발부하는 여덟 종류의 수배서 중 하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가 대상이다.
1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 여성은 심각한 피해와 불안감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범죄의 특성상 유포된 영상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영구히 계속될 여지가 크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외에도 불특정 다수의 아시아계 여성을 대상으로 동의 없이 영상물을 촬영했고 이를 이용해 성적 자극을 유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상당한 수익을 얻어왔다”며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K씨는 항소하면서 덴마크 구치소 구금 기간을 형기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K씨는 덴마크에서 2019년 11월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기 전까지 263일간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됐다.
그러나 2심은 “외국법원에 의해 이뤄진 구금의 직접적인 목적은 도주자를 대한민국으로 인도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것이고 수사기관에 대한 영장발부, 체포·구금의 절차와 기간, 불복절차 등 구체적인 절차 또한 외국법에 의해 규율되는 것으로서 이를 국내 형사사법절차상의 미결구금과 동일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년 2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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