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혹은 투수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만 해도 엄청 어려운데 둘 다 겸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오타니는 팬 투표서 지명타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선수단 투표서는 선발 투수 5위 안에 들었다.
이른바 ‘2도류’ 선수인 오타니는 전반기 타율 0.279, 홈런 33개, 70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선두다. 투수로 나와서는 4승1패 평균자책점 3.49를 남겼다. 선수들은 전반기 MVP로 이구동성 오타니를 꼽았다.
오타니는 1회 내셔널리그 선두타자 타티스 주니어를 상대로 초구 155㎞ 직구를 선택했다. 2구는 1㎞ 더 빨라졌다. 3번 타자 아레나도를 맞아서는 4구째 161㎞ 직구를 몸쪽에 꽂아 넣었다.
오타니는 3자 범퇴로 1회를 마무리한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타자로는 1회 2루 땅볼, 3회 1루 땅볼에 그쳤다. AL이 5-2로 이겼고, 3회 홈런을 터트린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MVP가 돌아갔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마쓰이 히데키(전 뉴욕 양키스)가 보유한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32개) 기록을 넘어섰다. 홈런 부문 2위 게레로 주니어나 타티스 주니어(이상 28개·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초의 아시아 출신 타자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2001년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만 해도 적응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치로는 첫해 수위타자(0.350), 최다안타(242개), 도루왕(56개), 신인왕, MVP를 휩쓸었다.
그래도 아시아 타자 홈런왕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본적으로 체격과 힘에서 차이가 난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3회, 한 시즌 50개 홈런을 때린 마쓰이도 최다 32개에 그쳤다. 그런데 오타니는 당당히 홈런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흔히 ‘모노즈쿠리(物作り)’라는 말로 표현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를 말한다. 야구에도 ‘모노즈쿠리’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일본 야구와 한국·미국 야구와 차이점은 러닝과 혹독한 연습량에 있다. 일본 야구선수 특히 투수들은 어마어마하게 뛴다. 일본 야구를 경험한 선동열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러닝으로 단련된 하체 위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빠른 속도가 나온다.
하체로 던지면 부상이 적다. 일본 투수들이 동계 훈련 기간 동안 하루 200개 이상의 투구를 소화하는 것도 하체로 던지기에 가능하다. 많이 던지는 만큼 커맨드도 좋아진다.
오타니는 지난 5일 2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외식이라도 하지 않을까 파파라치들이 집 주변에서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오타니는 고교시절부터 수도승 같은 생활로 유명했다. 오로지 집과 야구장 사이를 시계추처럼 움직였다. 연습과 몰입, 괴물 오타니를 만들어낸 두 개의 단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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