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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갈라진 제주민심 "성산주민 희생양" "사실상 백지화 선언" [fn패트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5 21:30

수정 2021.07.27 17:22

제주 제2공항 건설 무산 위기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멸종위기종 보호 조치 없어
원희룡 지사 "찬성 변함없다"
與도의원, 국회의원 3인 비판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제2공항 찬반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돌려보냈다. 지난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을 사업예정지로 발표한 지 6년여 만이다.

공은 다시 국토부로 넘어왔다.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국토부가 환경부에 '본안'을 제출한 후 두 차례(2019년 9월, 12월)나 보완해 올린 것이다.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평가서 본안을 다시 작성해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앞서 환경부는 현재 안으로는 사업 예정지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숨골·용암동굴을 보호할 수 없고 조류충돌 위험이 있어 안전하지도 않다며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사회 갈등은 국토부의 최종 결정전까지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협의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진행하기 전 마지막 과정이다. 협의 결과는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재검토), 반려 등 4가지 중 하나를 제시한다. 이 중 '부동의'나 '반려'는 현 계획안 상의 사업은 사실상 무산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부동의가 아니라 반려이기 때문에 반려 사유를 해소한 평가서를 다시 작성해 협의 요청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 안전·편의 외면…"정치적 희생양 됐다" 성토

제2공항 찬성단체인 '제주 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와 '성산읍 청년희망포럼'은 지난 22일 "제2공항으로 인해 정치적 희생양이 된 성산주민을 잊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2공항은 주민들이 요청해 추진된 사업이 아니다"라면서 "제2공항 찬성 주민들은 6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며, 제2공항의 희망 고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장도 "기존 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있음에도 환경부가 반려 결정한 것은 정치적 행위"라며 "제주도민을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외면한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2공항은 제주지사로서 분권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던 사례"라며 "중앙정부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지방에서 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기존 제주국제공항 확장만으로는 공항 인프라 확충을 달성할 수 없다"며 제2공항 건설 찬성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제2공항 예정지를 지역구로 둔 제주도의회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3일 쓴소리를 냈다.

제2공항 대안을 모색하는 같은 당 소속 제주지역 송재호·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에게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나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6년이란 긴 세월을 참고 견뎌온 성산읍 주민의 갈등과 고통을 뒤로한 채 제주의 미래를 저버리고 본인들의 표를 의식하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 제2공항 이젠 끝…제주공항시설 현대화 촉구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제2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시설 현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쓰레기와 오·폐수 문제, 난개발, 치솟는 땅값 상승으로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악화하고 있다"며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을 적정 외부 관광객의 규모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도민들의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은 "3차례 보완 의견 이후 작성된 재보완서를 다시 돌려보낸 것은 사실상 '부동의' 취지"라며 "우리는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되었음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서귀포시 성산읍 545만7000㎡ 면적에 5조1229억원을 들여 제2공항을 건설할 예정이다. 제주지역 항공수요는 연간 4109만명으로 제2공항이 지어지면, 수송분담률 48%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현재 환경부로부터 반려 사유를 넘겨받아 검토하는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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