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이른 시일에 시작하려고 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구상에 정부도 지지를 보내는 모양새다.
2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8일 국채 3년 금리는 전일 대비 3.9bp(1bp=0.01%포인트) 상승한 1.419%에 거래됐다. 국채 5년 금리도 전날보다 2.3bp 상승한 1.640%에서 거래됐다. 국채 10년 금리만 0.6bp 내린 1.862%에 거래됐다.
■정부의 유례없는 '금리' 언급
이날 금리상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되며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촉발됐다.
뿐만 아니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가계대출 관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 대규모 주택공급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면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식 입장 표명에서 ‘한은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껏 정부 당국자들은 독립성 침해 시비를 피하기 위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성에 언급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았다.
앞서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로 누적된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계부채·집값 안정...한은 역할론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이 연내 첫 금리인상 시점을 8월로 앞당길지 주목된다.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3·4분기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0월에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날 담화로 8월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의지가 분명하고, 대출을 억제하고 투기를 근절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기조가 강해진 점을 고려하면 8월 인상이 자연스럽다는 전망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내달 중순까지 코로나 확산세만 진정되면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한국은행과 정부의 뜻이 일치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세만 진정되면 한국은행이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지난 금통위부터 한은이 유독 부동산 시장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는데, 부동산 시장 정책에 있어 정부와의 역할분담이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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