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조 빚' 자영업자, 세금·고용보험도 못낸다

벼랑끝 몰리는 골목상권
상반기 세금납부 유예 860만건
작년 전체보다 이미 22% 많아
5인미만 사업장 절반 보험료 체납

자영업자들이 세금과 의무보험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올 상반기 세금납부 유예신청 건수가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를 이미 앞질렀다. 고용보험료 체납액 역시 이미 지난해의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 자영업자의 빚은 점점 늘어나 이미 84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납세유예 건수는 859만7000건(납부기한 등 연장 858만건, 압류·매각 유예 1만7000건), 납세유예 금액은 8조1000억원이다.

올 상반기 납세유예 건수는 지난 한 해 건수보다 153만3000건(22.1%) 많다. 국세청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악화를 감안해 납세유예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납세유예 실적은 총 704만4000건으로 직전연도 대비 1709% 폭증했다. 납세유예 금액도 32조2976억원으로 354%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세금납부를 미뤄달라는 요청은 올 들어 더욱 쇄도하고 있다. 실제 납세유예 건수가 지난 한 해 실적보다 153만3000건가량 증가한 반면 납세유예 금액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자영업자의 납세유예 신청이 쇄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6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5인 미만 사업장 중 보험료를 체불한 사업장은 130만8126개소다. 지난해 127만8886개소보다 체납사업장이 약 3만곳 늘어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체납사업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96만3121곳에서 2017년 105만5344곳으로 누적 100만곳을 넘었고, 2019년 121만6715곳으로 뛰었다.

전체 가입 사업장 대비 체납 사업장 비중은 2016년 37.7%에서 지난해 40%까지 올랐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 가까이가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체납액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5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체납액은 225억원으로 지난 2020년 한 해 체납액인 122억원(미수납액 포함)을 훌쩍 넘었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해진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40조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 3월 말 이미 83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8%(131조8000억원)나 불어난 상태다.

여기에 지난 4∼6월 은행권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8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 가운데 종업원을 내보내고 '나 홀로' 영업을 하는 이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153만8000명에서 올 6월 128만명으로 25만8000명 감소했다.

[e-mail] 김용훈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