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대학생이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기 이틀전인 지난 13일 현지에 도착했다가 수도 카불에 고립됐다고 16일(현지시간)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22세인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물리학과 학생인 마일스 루트레지는 당초 19일 귀국을 예정으로 터키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날아갔다.
그는 영국 외교부의 여행 경보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부터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계획했으나 구매한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하자 현지로 날아갔으며 도착 이틀 뒤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함락됐다.
루트레지는 당초는 탈레반이 자신이 여행하는 동안에는 수도 카불을 점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미군도 카불 완전 점령에는 90일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여행에 대해 위험을 감수한 도박이었다고 토로한 루트레지는 그렇지만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기로 결심한 이유로 런던이나 스페인 같은 곳은 가고 싶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뭔가 흥미롭고 다른 나라를 물색했다”며 이 나라가 구글 검색 결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10개국 중 1위인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군과 미군이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며 여행을 결심하게 됐다며 현재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후회는 없으며 “기회가 있으면 또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금융업에서 하계 인턴을 하고 있는 루트레지는 “나는 뱅커다. 그러므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루트레지가 위험한 곳을 여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는 1986년 원전이 폭발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을 여행했다고 밝혀 소셜미디어에서 일부는 그를 “재앙 관광객”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루트레지는 현재 영국군과 터키군이 경비를 맡고 있는 카불의 유엔 시설에서 다른 외국인 50명과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대사관과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또 재학중인 러프버러대에서도 그의 안전을 위해 지원을 약속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