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큰 바람이 부는 달이다. 16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제 14호 태풍 ‘찬투’의 영향권에 든다. 야구장에도 강한 바람이 느껴진다. 14일 현재 이정후(23·키움)의 9월 타율은 6할(0.611)이다. 가히 A급 태풍이다.
6월 갓 2할 대(0.205)를 넘긴 김재환(33·두산)은 8월(0.263) 조금 나아지더니 9월 들어 0.364로 옛 명성을 되찾았다. 덩달아 두산은 5위 NC와 6위 SSG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동희(22·롯데)의 바람세기도 심상찮다.
9월의 한동희는 7,8월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7월 한동희는 타율 0.138에 그쳤다. 최악이었다. 8월 조금 나아졌지만 더위 먹은 방망이는 좀처럼 궤도를 찾지 못했다. 0.152. 홈런은 한 개도 쳐내지 못했다. 9월 한동희는 4할 대(0.421) 불방망이다.
지난 11일 키움과 롯데의 사직 경기. 스트레일리(롯데)-최원태(키움)라는 선발 투수 무게감이 주는 예감과 달리 난타전이었다. 양 팀은 도합 29개의 안타를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안치홍(롯데) 3안타, 송성문(키움) 3안타.
더 많이 때린 타자도 있었다. 키움의 3번 타자 이정후는 4타수 4안타의 맹타. 홈런도 한 방 포함되어 있었다. 1회 좌안, 3회 우안, 7회 중안. 이른바 부채꼴 안타였다. 타자가 가장 좋은 컨디션일 때 나오는 타구 분포. 5회 홈런은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타격은 하루 뜨거우면 다음 날 식기 십상이다. 이정후는 12일 더블헤더 1차전서 3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2개의 중전안타와 좌익선상 2루타. 밀어서 친다는 것은 여전히 타격감이 좋다는 의미다. 2차전서도 안타 2개를 뽑아냈다. 이틀 동안 생산한 안타 수는 9개.
14일 현재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63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한 때는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강백호(KT, 0.374)와의 수위타자 경쟁이 슬슬 가시권 안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이론상 가능한 수치지만 강백호의 타격이 하락세인 점을 감안하면 장담할 수 없다. 강백호는 8월 0.318, 9월 0.314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키움의 이정후가 뜨거웠다면 두산 김재환의 열기 역시 못지않았다. 두산은 LG와의 더블헤더를 쓸어 담았다. 김재환은 두 경기 모두 결승타를 때려냈다. 8-5로 이긴 1차전서는 1회 선제 결승 2루타를 터트렸다.
물오른 타격감은 2차전서도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스코어 역시 마찬가지로 8-5. 1차전과 달리 1회 초 3점을 내주고 끌려 다녔다. 4-4 동점이던 6회 말. 2사 1,2루서 벤치에 쉬고 있던 김재환이 대타로 나왔다. 김재환은 LG 투수 이정용에게 잠실구장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포를 뽑아냈다. 올 시즌에만 10번 째 결승타였다.
김재환은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다. 4,5월 타율이 3할을 넘지 못했다. 6월엔 0.205로 슬럼프 기미까지 보였다. 7월엔 부상으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8월에도 0.263으로 반등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도 두산 4번 타자는 변함없이 김재환이었다.
9월 마침내 김재환이 살아났다. 9월 타율은 0.364. 멀티히트도 6차례나 된다. 더불어 두산 역시 살아났다. 한동희의 9월 바람세기도 태풍에 비견된다. 12경기서 올린 타점이 10개나 된다. 14일 KIA와의 원정경기서는 2회 결승 홈런을 터트렸다. 4회 희생플라이, 6회 적시 2루타 등 혼자 4타점을 올렸다. 가을 태풍이 야구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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