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체해결 안되면서 러시아에 SOS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극심한 전력난으로 블랙아웃 위기에 빠진 중국 정부가 러시아에 전력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전력 수출을 늘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실상 전력난을 대외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9월 3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인테르라오는 전날 중국이 자국으로 수출하는 전력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테르라오 대변인은 "전력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연평균 최대 70억㎾까지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만 30억6000만㎾를 중국에 공급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외교갈등을 빚고 있는 호주로 부터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석탄 재고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력난이 심화됐다. 뾰족한 해결이 나오지 않자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석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면적으로 보여왔다. 수입 비중은 7%에 불과하고 지난해 전력난도 경제 V자 반등 등 수요 급증이 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신빙성은 떨어진다. 중국은 호주산 수입을 차단한 뒤 곧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석탄을 들여온 사실이 들통 났다. 두 지역의 석탄의 질은 호주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호주산 석탄 수입 재개의 가능성은 낮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호주가 중국을 겨냥한 동맹 협의체인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에 가입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면 양국 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더 크다. 중국이 호주에 보복하는 사이 국제석탄 값은 1년 사이에 3배 이상 뛰었다.
중국 내 석탄 비축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시노링크 증권은 지난 21일 기준 중국 6대 석탄화력발전소의 석탄 비축량이 1131만t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보름 정도 사용량이다. 중국은 비수기의 경우 최소 20일 사용분을 비축해야 한다.
시 주석을 향한 과도한 충성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도 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내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기질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올 초 중국은 사상 최악의 대기오염을 겪은 바 있다.
전력난 장기화시 중국내 한국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CJ제일제당의 중국 선양 바이오 공장은 최근 전력난 때문에 일시적으로 단전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포스코와 오리온 등 중국 내 다른 한국 공장도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CJ 공장은 연말까지 두달간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면서 혼란이 야기 됐다.
CJ 관계자는 "(전력난으로)두 달 공장 가동을 멈춘다는 것은 결국 회사가 망한다는 얘기인데 전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한국 대사관 측의 도움을 받아 지방 정부와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중국의 전력난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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