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팬데믹 이후 전세계 10대 소녀들에게서 틱 장애가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의 의학정보에 따르면 틱 장애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한다. 유전이나 출산 중 뇌 손상, 면역반응 이상, 그리고 뇌 신경 전달 체계 이상 등에 따른 신경질환이 원인이다.
소녀들에게서 틱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같은 장애로 의사를 찾는 소녀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의 소아과 의사들이 수개월에 걸쳐 환자를 진찰하고 문진한 결과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이었다.
팬데믹으로 집에 갇힌 아이들이 틱톡에 몰두한 가운데 틱 장애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의학저널에 쏟아지는 연구들에서도 뚜렛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밝힌 틱톡 인플루언서들의 동영상을 본 소녀들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뚜렛증후군은 운동 틱과 음성 틱 모두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국가별 사례를 추적한 경우는 없지만 미 전역의 소아행동장애 센터들에 따르면 비슷한 틱 장애를 보이는 10대 소녀들이 급증하고 있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소아행동장애, 뚜렛 증후군 전문가인 신경과 의사 도널드 길버트는 틱 장애로 병원을 찾는 10대 환자들이 이전에는 기껏해야 한 달에 1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3월 팬데믹 이후에는 매월 10명 정도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다른 병원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텍사스아동병원에서는 팬데믹 이전 한달에 1, 2명 꼴이던 틱 장애 10대 소녀들이 지난해 3월 이후에는 월 60명 정도로 대폭 늘었다.
또 존스홉킨스대 뚜렛센터에서도 팬데믹 이전에는 2~3% 수준이던 10대 소녀들의 급성 틱 증상 행동장애가 팬데믹 이후 10~20%로 대폭 늘었다.
시카고 러시대 부속병원에서도 통상 1년에 통틀어 10명 수준이던 틱 장애 청소년들이 올해에는 3~6월 사이에만 20명을 기록했다.
의사들은 틱 장애를 앓는 청소년 대부분이 이전에 불안장애나 우울증 전력이 있어 팬데믹으로 증상이 악화했을 수 있겠지만 틱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영국 의료진이 1월 시작한 연구에 따르면 틱톡 동영상에서 뚜렛 해시태그를 탄 동영상 시청 건수는 약 12억5000만건에서 이후 48억건으로 대폭 늘었다.
일부 의사들은 틱톡에서 스스로를 뚜렛증후군 환자라고 밝힌 이들이 보이는 증상은 많은 경우 가짜라면서 틱톡을 원인으로 꼽기 어렵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길버트 박사는 틱톡 인플루언서들의 뚜렛증후군 발언이 사실이건 아니건 그들의 동영상을 본 10대 소녀들은 신경기능 이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현실적 위험이라고 반박했다.
WSJ은 이같은 행동장애가 나타나면 인식행동 요법과 함께 틱톡을 수주일간 끊을 것을 의사들이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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