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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사태·원자잿값 급등·전력난… 中 '8% 성장' 물건너갔다 [중국경제 급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0.18 18:08

수정 2021.10.18 18:08

부동산·핀테크 전방위 규제에 美의 대중국 포위망 가속까지
산업생산 등 지표 갈수록 악화
투자업계, 年 6~7% 성장 전망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021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베이이징 퉁저우 지역의 한 건물 신축 현장에 붉은 등이 걸려 있다. A 뉴시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021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베이이징 퉁저우 지역의 한 건물 신축 현장에 붉은 등이 걸려 있다. A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5%대 아래로 떨어졌다. 부동산·핀테크 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방위 규제와 에너지 부족, 원자재 가격 급등, 산발적 코로나19 확산, 자연재해, 서방국가의 대중국 포위망 가속화 등 대내외 악재가 누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내 2위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부도 위기와 전력난으로 경기위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중국은 연말 8%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그러나 전분기 7.9%와 비교하면 3%p 하락했다. 시장전망치 5.2%와 견줘서도 내려앉았다.

중국 분기별 GDP 증가율이 5%대 아래로 추락한 것은 지난해 3·4분기 4.9% 이래로 처음이다.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해 1·4분기 -6.8%, 2·4분기 3.2%에 이어 2010년 4·4분기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중국 GDP는 올해 1·4분기 18.3%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배경이 서서히 소멸했고,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국 경제에 부담을 줬다. 또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전력난을 겪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전방위 규제가 부동산·핀테크 등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아울러 헤이룽장성 등의 코로나19 산발적 확산과 홍수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도 이어졌다.

반면 화웨이와 반도체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대중국 제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달 초 중국에서 1단계 무역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국내 전염병의 반복,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한정된 전력 생산, 부동산 규제의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 증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시장 예상보다 낮은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중국 3대 경제지표 가운데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도 부진했다. 전년동월 대비 9월 산업생산은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과 견줘 2.2%p 하락했다. 시장전망치 4.5%보다도 낮았다. 중국 월별 산업생산은 올해 2월 35.1%로 정점을 찍은 이래로 7개월째 내리막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제조업이 13.7% 감소했다. 승용차 9.5%,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1.2% 등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파장이 중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신에너지차는 141.3% 급증해 전체 자동차분야 감소분을 상쇄했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신에너지차 육성정책과 중국 기업의 과도한 투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강과 생철, 강재, 알루미늄, 화학섬유, 시멘트 등 원자재도 각각 21.2%, 16.1%, 2.1% 2%, 1.3%로 하락세를 보였다. 1~9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7.3%로, 시장전망치 7.9%를 넘어서지 못했다. 자동차 제조업(-6.5%)과 철도운송업(-4.2%) 투자가 후퇴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기업 7.1%, 홍콩·마카오·대만 기업 14.6%, 외국인투자 기업이 6.6%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는 8.8% 늘었다.

중국 GDP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는 6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9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4.4%로 전달 2.5%와 비교해 1.9%p 확대됐다.

다만 산업생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류는 11.8% 감소했다. 의류·신발·모자 등도 4.8% 줄었다. 그 대신 금은보석(20.1%), 술·담배(16%), 통신기기(22.8%) 등은 판매가 늘었다.

중국 각종 경제지표가 이처럼 갈수록 떨어지면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8%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연말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면 전력부족을 해결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정부 규제도 풀어야 하지만 오히려 가중되는 상황이다.
전문기관 중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은 7%대로 전망했고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6%까지 내다보고 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판단도 걸림돌이다.
중국통계국은 이날 발표문에서 "주요 거시지표는 합리적 범위 내에 있으며 주민소득이 계속 증가한다"면서 "경제 구조조정이 최적화돼 품질과 효율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은 조화롭고 안정적"이라고 자평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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