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동산세 도입으로 부동산 거품을 잡을 계획이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안팎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세제 규모를 대폭 축소할 전망이다.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역시 부동산에 크게 의존해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적 재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세 시행 범위를 전국 단위에서 주요 대도시로 축소하고 대신 부동산 시장을 일반 상업 부동산과 정부 보조로 운영되는 주택으로 양분하는 전략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진핑은 지난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부동산세의 입법과 개혁을 적극적이고 착실하게 추진하고 시범 지역 사업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다함께 잘 살자는 이른바 ‘공동부유’를 주장하며 부동산세 등 세제개편으로 경제 불평등 완화를 예고했다. 시진핑은 올해 초부터 한정 중국 부총리에게 과거 일부 도시에 적용했던 부동산 관련 세금을 확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관계자에 의하면 공산당 내부에서 고위 간부부터 평당원에 이르기까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40년 가까이 호황을 누리며 투기와 부실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중국 부동산 분야는 이미 중국 국내총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중국 가정이 보유한 재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도시 가정의 90% 이상이 집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부동산에 메기는 세금이 신설되면 가계 부담 증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민간 기업에 땅을 팔아 재정을 충당하던 지방정부도 큰 타격을 받는다. 지방정부의 토지 경매 수입은 지난해만 1조달러(약 1178조원)를 넘겼으며 전체 수입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WSJ는 은퇴한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당에 부동산세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고 세제 검토를 맡은 한정 역시 시진핑에게 도입을 미루자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올해 부동산세 적용 시범 도시를 당초 30개에서 10개 안팎으로 축소하고 2025년까지 전국 단위 부동산세 적용을 보류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대신 상하이나 충칭같이 이미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대도시에서 부동산세를 점진 도입하는 대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안은 중국이 1990년대 검토했던 부동산 대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부동산 시장을 일반 부동산과 정부가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주택으로 나눠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을 민간에 맡기는 데 주력했다. 이미 윈난성 정부는 지난 9월 말에 윈난건설투자그룹과 국영 은행이 합작해 서민용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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