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팩과 달리 재활용 어려운데 두유·주스·생수팩 비중 늘어
환경단체 "제품기획때 고려를"
환경단체 "제품기획때 고려를"
국내 우유팩 재활용 산업에도 연쇄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팩 종류는 펄프에 합성수지를 코팅한 살균팩(냉장보관용 우유팩 등)과 펄프에 합성수지와 알루미늄을 중복으로 코팅한 멸균팩(상온보관용 두유팩, 주스팩 등)으로 나뉜다. 멸균팩과 살균팩은 원료를 가공하는 시간이 다르다. 멸균팩의 황색펄프가 화장지 생산 때 색상을 갈색으로 변색시킴은 물론 원료가공 때 알루미늄이 미세하게 분해돼 화장지에 박히는 등 불량 원인이 되고 있다.
종이팩 중 멸균팩 출고량은 과거 2000년대 초반에는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살균팩에 혼입돼도 화장지 제조 공정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멸균팩은 사용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해 전체 종이팩 중 비중이 40%를 차지함에 따라 화장지 제작 공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폐기물 발생량과 불량품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화장지 생산에 국내 종이팩을 기피하고 수입 종이팩을 이용하는 현상으로 나타나 지난 2005년 31%에 달하던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이 지난해 15%로 떨어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업체는 화장지 회사가 유일하다.
일반 종이류와 재활용 공정이 상이한 종이팩은 도포된 비닐을 벗겨내는 정선시설을 따로 갖춰야 한다. 종이팩이 일반종이와 함께 배출되면 슬러지로 나와 폐기물로 처리되는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최근 멸균팩의 증가와 복합재질화에 대해 정부도 사실상 이를 방기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서 폐기까지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이 PE필름과 알루미늄 코팅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에 대해 사용량을 늘리기만 할 뿐 재활용을 위한 책임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배출현장에서는 폐지와 종이팩 분리도 일부 겨우 정착돼 가는 상황으로 살균팩과 멸균팩의 분리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모 생활협동조합이 '종이팩에 담은 생수'를 표방한 멸균종이팩 생수를 시판하면서 종이팩 재활용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멸균종이팩은 재활용이 어려운 황색펄프(lignin포함)를 포함한 데다 짙은 잉크로 바탕을 인쇄하고 바이오플라스틱 뚜껑까지 부착해 재활용 공정에 심각한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멸균생수팩의 종이팩 대량 혼입으로 종이팩 재활용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복합재질 멸균팩 생수의 시판으로 그나마 조성돼 있던 살균팩 재활용 체계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데도 멸균팩 생수의 시판과 같은 무렵 환경부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멸균팩과 살균팩 분리배출 방침만 정한 채 멸균팩에 '도포·첩합' 표시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생수병으로 사용돼오던 페트병은 재활용률이 80%에 이르지만 멸균팩은 현재 국내에서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실정이다. 복합재질의 멸균팩이 페트병의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종이팩은 천연자원과 다량의 에너지를 소모해 생산되는 소중한 자원으로 효율적인 사용과 환경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관련 환경정책은 시급하게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산자도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재활용을 고려해 제품을 발전, 개선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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