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문제 놓고 신경전...한반도 정세, 기후변화, 에너지 공급 의제도 논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팔꿈치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대만 문제’를 놓고 또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1일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의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현상을 변경하는 어떠한 일방적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미국 측은 설명했다.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올해 안에 예정된 미중 정상 화상 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대만 문제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일단 잘못 처리하면 중미 관계에 전면적인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최근 일정 기간 대만해협의 상황이 다시 긴장 상태에 빠졌는데 미국은 이것이 중국의 현상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대만 문제의 진정한 ‘현상’은 중국은 하나뿐이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본토와 대만은 같은 나라에 속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가짜 하나의 중국 정책이 아닌 진정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추구할 것과 중국에 대한 약속을 배신하지 않고 이행할 것, 진정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행동으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대만 문제 외에도 한반도 정세를 포함해 기후변화, 에너지 공급, 이란 핵, 아프간 등 중요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각종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 대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기념 사진을 촬영할 때 팔꿈치 인사를 하지 않았고 한 걸음 이상 떨어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편 왕이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3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회동한 뒤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중국 관영중앙방송(CCTV)이 보도했다.
양측은 오커스에 대해 “전형적인 군사 집단”이라며 “미국·영국·호주 등 3개국의 소그룹은 평화, 협력, 발전을 추구하는 시대 조류에 어긋나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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