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그의 자화상 바라보다, 나의 삶과 마주하다 [이 전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01 18:24

수정 2021.11.01 18:24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전시 전경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제공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 전시 전경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제공
자신감 가득한 눈빛과 호기로움이 담겼던 얼굴은 세월의 흐름 속에 세상의 모든 것들을 통달했다는 듯 관조적인 눈빛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앤디 워홀의 얼굴들이 서울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 모였다.

'동시대의 피그말리온'이라 불린 앤디 워홀은 연출의 대가였다. 20세기의 아이콘이었던 워홀은 영화,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했고 언더그라운드 및 동성애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전 생애에 걸쳐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는 스스로 사회적 아이콘이 되어 위상을 떨치고자 했는데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작품들이 자화상 작품이다. 1963년 제작된 초창기 자화상과 스틸 프레임 방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3분간 기록한 '스크린 테스트', 즉석사진 촬영 부스나 빅 샷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한 클로즈업 샷으로 유명인사의 모습을 포착하는 커미션 작업들을 통해 그는 스스로 명성에 가려진 연약하면서도 공허한 시선을 카메라 렌즈에 고정시킨다.

자화상 속 워홀은 짙은 색의 커다란 안경 뒤 모습을 가린 채 등장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고른 배경색에 따라 모습을 바꿔가며 출현한다. 1980년대 초 워홀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매개로 작가 스스로를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연달아 묘사하며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단도직입적으로 다뤘고 나아가 드래그 퀸(여장남자)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사진가 크리스토퍼 마코스의 카메라 앞에 선 워홀은 진한 화장을 하고 각기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분했다.
워홀이 1987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완성한 자화상은 관람객을 지그시 바라보며 마치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은 작가의 유령 같은 얼굴을 강렬히 드러낸다.

그의 얼굴로 가득한 전시장 속에서 관객들이 마주하는 것은 결국엔 자신의 삶이다.
희대의 섬광으로 지나간 한 인물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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