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그동안 미뤘던 모임과 회식이 늘면서 잦을 술자리와 과음하는 사람도 함께 늘고 있다.
흡연과 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암과 심뇌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뿐만 아니라 뼈 건강에도 매우 치명적이다.
술과 담배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골절의 위험을 높여 '골 괴사'의 위험을 높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골 괴사 환자 중 남성이 여성보다 1.6배 많고, 남성 환자 2명 중 1명은 40~50대로 중년 남성의 발병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한, 전체 환자 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3만4745명이 골 괴사로 치료 받았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척추관절센터 윤형조 센터장은 "골 괴사는 신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골반과 대퇴부(허벅지 뼈)가 연결되는 대퇴골두에 괴사가 발생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대표적"이라며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노화와 함께 과도한 음주,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고관절 골절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해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괴사 진행하면 양반다리로 앉기도 어려워
중년 남성의 발병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와 비교적 음주와 흡연이 잦은 생활습관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의 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은 체내에 축적돼 각 관절로 통하는 미세 혈관을 막아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니코틴과 카드뮴 등은 비타민 D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의 위험을 높인다.
대한금연학회 '흡연이 뼈 건강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골밀도가 4~15.3%가량 낮고, 골절의 위험도는 25%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흡연자의 고관절 골절 위험도는 84%나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뼈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골절 등의 외상, 혈액 순환 장애의 원인으로 대퇴골두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뼈가 괴사하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정확한 통증 부위를 파악하기 어려워 방치하기 쉽다.
엉덩이와 사타구니 부위에 찌릿한 통증으로 시작해 심해지면 양반다리로 앉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이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괴사가 진행된 상태며 더 나아가 대퇴골두가 함몰되면서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거나 한쪽 허벅지가 유독 얇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로 90%이상 통증 경감
모든 질환에서 '조기 치료'를 강조하지만,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환자의 약 20%는 1년 이내, 75%는 3년 이내 대퇴골두가 내려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특별한 외상 없이 엉덩이, 사타구니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치료는 괴사 정도와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진행한다.
괴사 정도가 경미한 경우 대퇴경부와 골두 사이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혈관 생성을 촉진하고, 혈액 공급을 도와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감압술'과 대퇴골의 일부를 부러뜨린 후 회전시켜 건강한 뼈 부위에 체중 부하를 받게 하는 '회전절골술'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건강한 뼈를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뼈 이식술'을 적용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괴사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관절이 무너지기 시작한 경우, 조직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의 경우,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괴사한 고관절을 제거한 후 인체에 적합한 특수 금속 재질의 인공 고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관절 크기와 모양, 사용 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 인공관절을 사용한다. 또한 의술의 발달로 최소절개로 수술하기 때문에 감염 등 합병증의 위험이 낮고 수술 후 약 90~95%의 통증 경감 효과로 환자 만족도도 높다.
고관절 질환은 걷고 뛰거나 앉고 서는 등 일상의 매우 기본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증은 물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평소 음주, 흡연, 불필요한 스테로이드제 사용 등 위험 요인을 피하고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센터장은 "특히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노인이나 폐경기 여성이라면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고 미끄러운 화장실 사용 시, 겨울철 빙판길에서의 낙상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며 "또한 엉덩이, 사타구니 등의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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