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P2P기업에 투자하면
충당금·건전성 규제 적용 받게 돼
사실상 투자 메리트 없어지는 꼴
금융당국 "현행법상 투자 가능"
원론적 답변에 유권해석 여지 줘
"기관투자를 받으란 얘기냐, 받지 말란 말이냐."
충당금·건전성 규제 적용 받게 돼
사실상 투자 메리트 없어지는 꼴
금융당국 "현행법상 투자 가능"
원론적 답변에 유권해석 여지 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록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애매한 '유권해석' 문제로 기관투자자 유치를 못해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온투업기업들은 온투업법상 기관투자자인 저축은행 등 여신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인 저축은행이 지켜야할 저축은행법을 적용할 경우 사실상 온투업에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온투업 투자에 대해 명쾌하게 판가름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 답변, 원론적 수준에 그쳐"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여신금융업계의 투자 가능 여부에 대한 P2P협회의 질의에 회신을 보냈다. 다만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결국, 추가 유권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회신을 통해 "여신금융기관 등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상 연계투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온투업법상 관련 규정 및 인가 또는 허가 등을 받은 법령을 준수토록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종합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온투업법에 담긴 내용을 인용해 "투자가 가능하다"는 해석만 반복한 것이다. 법상 애매한 부분은 '온투업법상 관련 규정 및 인가 또는 허가 등을 받은 법령'이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이 P2P업계에 투자할 경우 온투업법 규정 또는 저축은행법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온투업법만 따라야 할지, 저축은행법을 먼저 적용받아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이 온투업법만 적용받을 경우 온투업법과 관련한 규제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관련법을 적용받을 경우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저축은행법을 적용하면 해당 저축은행이 직접 여신심사를 해야 한다. 충당금과 건전성 규제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온투업을 투자할 동기가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들은 P2P업계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애큐온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7월 피플펀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쉽게 돈을 넣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이 모호하다는 결론을 내려 금융위에 문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온투업에 투자할 경우 온투업법만 적용받아도 문제가 없는지 여부에 대해 현행법상으로 따지기에는 좀 애매하다"면서 "자체 판단 뿐 아니라 두곳의 로펌에도 문의해 판단을 받아봤으나 상반된 의견이 나와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 받아야 신뢰도 높아져"
미국등 해외 P2P업계의 경우 기관투자를 바탕으로 P2P대출업이 커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금융기관 자본이 흘러들어와야 소비자신뢰도도 키우고 대출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돈을 넣으면 해당 P2P업체에 대한 감시 효과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P2P업체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모집이 어려워 요청되는 대출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2P협회 관계자는 "해외처럼 P2P업계에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할 경우 P2P업체들의 신뢰도도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적절한 후속 유권해석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쉽사리 유권해석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조절하는 상황에서 기존 업권의 자본이 P2P업권으로 대거 유입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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