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美 "TPP복귀하라고? 미국 주도 새 틀 만들 것"...난감한 日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1.18 16:01

수정 2021.11.19 08:13

美 탈퇴한 TPP, 중국 가입 신청 
속타는 日, 바이든 정권에 복귀 요청
美 "서두르지 않겠다"...새 경제 틀 궁리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 아시아 순방 
새 틀 만들기 위한 밑그림 작업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뉴스1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거듭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복귀 요청에도 미국의 태도가 요지부동이다. 서명한 지 5년도 더 지난 TPP에 가입하느니, 미국 주도의 새로운 경제안보 틀을 만드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계획이 있어 보인다.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이 TPP를 넘어서는 새 경제틀 구축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PP? 심드렁한 美·가입시켜달라는 中
18일 일본 외무성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방일 중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캐서린 타이 대표와 약 60분에 걸친 회담과 이어진 업무 만찬(80분)에서 미국의 TPP 복귀를 요청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AP뉴시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중국과 대만은 지난 9월 경쟁적으로 TPP가입을 신청했다. 일본은 '원년 멤버'인 미국의 복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나, 이날 캐서린 대표의 답변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캐서린 대표는 "이미 교섭 당시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며 현재로선 TPP가입 문제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아님을 재확인했다. 캐서린 대표는 방일에 앞서 최근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TPP 복귀에 대해 "(미국 탈퇴 후)조문도 바뀌고, (과거 2016년 미국이)서명한 지 5년도 더 지났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직면한 오늘의 과제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AP뉴시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AP뉴시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권 당시 일본과 함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TPP 결성을 추진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인 2017년 1월 보호무역 강화 기조 따라 전격 탈퇴했다. 남겨진 일본은 명칭과 조문을 바꿔 10개국과 함께 2018년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출범시킬 수 밖에 없었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이 자연히 복귀할 것이란 일본의 기대와 달리, TPP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이미 사그라든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머뭇대는 사이, 최근 상황은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TPP 가입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애초 TPP 결성 초기, 미일 주도의 중국 견제망이라며 반발했으나 이제는 TPP의 활용가치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자국이 주도한 또 다른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내년 초 발효를 앞두고 있다. RCEP과 TPP를 전부 껴안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11개국 대표들이 지난 2018년 3월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TPP11 서명식에 참석해,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을 제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11개국 대표들이 지난 2018년 3월 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TPP11 서명식에 참석해, 협정에 서명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美, 미국 주도 새 틀 모색
반면, TPP는 미국의 관심 밖이다.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5일 일본 방문 당시, TV도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통적인 FTA보다 강력한 경제 틀을 추구한다"면서 TPP복귀가 아닌 '미국 주도'의 새 경제 틀 구축 구상을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 공급망 구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일본 등 동맹국, 우호국들과 협조체제를 구축이 핵심이다.

그는 다음 순방지인 싱가포르에서도 "내년 초 경제 틀 구축을 위한 공식적인 작업을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적 작업에 대해 그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미국의 다음 스텝이 TPP 복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경제 틀 구축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당장은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관심은 TPP라는 포괄적 경제협정 보다는 당장 미국 국익에 직결되는 양자간 또는 다자간 공급망 문제나 이를 통한 효율적인 중국 견제 방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몬드 상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역시 새 경제틀을 만들기 위한 밑그림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TPP가입 신청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미국은 양자 관계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일은 양자 통상협력 협의체를 새로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국장급 레벨에서 대화를 전개하기로 했다. 첫 회의는 내년 초에 열릴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미일 통상 협력 틀에 대해 "중국에 대한 대항을 염두에 두고 국내 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등 제3국에 의한 불공정 무역 관행의 시정을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