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1일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경질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초강력 물갈이였다. 그로부터 3주 넘어 흘렀지만 단장과 감독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염경엽 전 SK(SSG) 감독 등 하마평만 무성하다.
KIA는 올 시즌 9위에 그쳤다. 투자의지나 전력에 비하면 영 마뜩치 않은 성적이다. 투수력(팀 평균자책점 9위, 4.89) 타력(팀 타율 9위, 0.248) 모두 낙제점이었다. 특히 팀 홈런이 66개로 최하위였다. 1위 SSG(185개)의 ⅓ 수준에 그쳤다.
KIA의 전력이 약하냐? 그렇지 않다. 특히 젊은 마운드가 예고한 미래는 밝다. 신인 이의리(19·4승 5패 3.61)와 윤중현(26·5승 6패 2홀드 3.92) 선발 한 축을 너끈히 소화해낸 임기영(28·8승 8패 4.88)은 올 해보다 내년에 대한 기대를 더 갖게 한다.
마무리 정해영(20·5승 4패 34세이브)과 장현식(26·1승 5패 1세이브 34홀드) 홍상삼(31·4승 1패 12홀드) 트리오도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다. 내년엔 슈퍼루키로 불리는 김도영(광주 동성고)이 입단한다. 이종범 이후 최고의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KIA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새로 선임될 단장, 감독이 안게 될 부담이다. KIA에 가장 아쉬운 전력은 홈런포다. 66개의 대포 숫자로는 거친 전쟁터에서 배겨낼 수 없다. 화력을 높여야 산다.
올 겨울 FA시장에는 중, 장거리포가 넘쳐난다. 박병호(35) 김재환(33) 나성범(32) 등 긴 사거리를 자랑하는 대포들과 김현수(33) 박건우(31) 등 포신은 조금 짧지만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중거리 포들이 즐비하다.
KIA는 2016년 5위에서 이듬 해 1위로 깜짝 변신했다. 가장 큰 차이는 삼성에서 건너 온 FA포 최형우의 가세였다. KIA는 2016년 팀 타격 9위(0.286)에 그쳤다. 이듬 해 1위(0.302)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최형우 효과였다.
최형우는 KIA 첫 해 0.342,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새로 중심타선에 보강된 한 명의 확실한 타자가 어떤 낙수 효과를 불러 오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를 경계하다보면 앞, 뒤 타자에게 얻어맞기 십상이다.
터커를 대신한 외국인 타자와 신형 FA포를 장착하게 되면 2022년 KIA 타선은 2017년과 맞먹는 강타선으로 변신 가능하다. 후보로는 김재환과 나성범이 먼저 눈에 띈다.
나성범은 올 해 3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KBO리그 대표 장거리타자다. 대어인 만큼 입질도 세다. 메이저리그서 신분조회가 들어와 있는 상태이고. 원 소속 구단인 NC의 획득 의지도 강하다.
김재환은 최근 6년 동안 188개의 홈런을 생산해냈다.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 가운데 이만한 대포를 찾기 힘들다. 지방 구장으로 옮기면 30-40개는 어렵지 않다. 가성비도 뛰어나다. 나성범, 김현수에 비하면 접근이 수월하다. 하지만 곰 둥지가 쳐놓은 방어막 역시 만만치 않다.
이 둘이나 위의 5명 중 하나를 데려온다면 내년 봄 KIA에 베팅하고 싶다. 조만간 155㎞ 한승혁과 20승 양현종도 돌아온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