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서 입국한 30대 일본인
외국인 봉쇄조치 하자마자 확진
"아베·스가 정권과는 다르다"
기시다 '초강수'에도 불안 확산
외국인 봉쇄조치 하자마자 확진
"아베·스가 정권과는 다르다"
기시다 '초강수'에도 불안 확산
기시다 총리가 방역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코로나 방역 실책으로 실각한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두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선제적 대책을 내놓은지 하루만에 일본 열도가 오미크론에 뚫리면서 악몽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1월 30일 일본 정부는 최근 남아프리카 국가인 나미비아에서 입국한 30대 남성 1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실을 이날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공포는 일본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62.16엔(1.63%) 내린 2만7821.76엔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연일 하락세를 기록한 도쿄증시는 낙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기습적'으로 11월 30일 0시를 시점으로 유학생, 비즈니스맨 등 외국인의 신규 입국금지와 함께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국가에서 입국하는 자국민, 재입국 외국인에 대한 열흘 간 정부 지정 시설 격리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선제 대응에 따른 우려를 의식, "너무 신중하다는 비판은 모두 자신이 짊어질 각오"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8일부터 예외적으로 입국이 허용됐던 비즈니스 목적 단기 출장, 유학생·주재원·연수생 등 장기 체류자들의 일본 입국길이 다시 막히게 됐다.
기시다 내각의 오미크론 선제 대응을 놓고, 일본 정가 및 주류 언론에서는 코로나 방역에 '무르게' 대응했다가 실각한 아베, 스가 두 정권의 교훈을 의식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드시 정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판단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표 직전에 열린 당정회의에서 자민당의 한 간부는 "(오미크론) 대응이 참의원 선거 결과에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26일 남아공 등 6개국에 대한 입국 규제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하기도 전, 한 발 빠른 조치였다. 이어 하루 뒤인 27일 남아프리카 3개국을 추가했고, 이틀 뒤에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를 기습 발표했다. 전임 아베 정권은 코로나 감염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미국이 중국 전역을 입국 금지 대상에 올려놓았던 것과 달리, 후베이성에만 입국 규제를 가하는 등 미온적 대응으로 내내 방역 실책 논란에 시달렸다.
반면, 대응이 빠른 만큼, 그에 따른 충격도 크다. 일본 입국을 준비해 온 일본 유학생 및 취업자, 주재원들은 기습적인 발표에 큰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이미 사증(비자)를 발급받고, 12월 초에 일본 입국을 예정했던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대학가는 물론이고 일손 확보 차원에서 기술연수생 등을 받을 계획이었던 일본의 중소기업과 지자체 역시, 이번 조치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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