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가장 활발한 팀은 KIA와 NC다. 이 두 팀의 내년 바람은 한결같다. 2017년 우승팀 KIA는 5년 만에, 2020년 챔피언 NC는 2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그를 위해 두 팀 합계 419억 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두 팀 간 맞대결은 더 흥미롭다. NC는 반드시 KIA를 잡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창단 이후 공들여 키워 온 나성범(32)을 빼앗겨서다. NC의 대응은 빠르고 대범했다. 나성범의 마음이 광주로 기울어진 것을 눈치 챈 순간 곰 둥지로 손을 뻗었다.
박건우(31)를 6년 100억 원에 붙잡았다. 공룡의 겨울 사냥은 중단되지 않았다. 100억 원을 쏘고도 여전히 큰 배를 채우지 못했다. 이번엔 이웃집 롯데에서 손아섭(33)을 빼왔다. 4년 64억 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굳이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내년 시즌 NC와 KIA는 가을 야구 진출을 넘어 우승을 넘볼 자격을 갖추었다. KIA는 2017년 강타자 한 명의 보강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 지를 절감했다.
2016년 KIA는 팀 타율 9위(0.286)에 그쳤다. 팀 홈런은 3위(170개). 2017년엔 팀 타율 1위(0.302)로 올라섰다. 팀 홈런 수는 여전히 3위, 개수(170개)도 똑 같았다. 삼성에서 데려온 FA 최형우 효과였다.
NC는 2019년 양의지를 데려와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2018년 팀 타율(0.261) 팀 홈런(143개) 모두 최하위였던 NC는 이듬 해 팀 타율 2위(0.278) 팀 홈런 1위(128개)로 깜짝 변신했다. 2018년 10위에 머물렀던 NC는 다음 해 5위를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2020년 창단 첫 우승을 맛보았다.
KIA는 2021시즌 팀 타율 9위(0.248) 팀 홈런 10위(66개)에 머물렀다. 새로 영입한 나성범은 3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타이거즈 홈런 수의 딱 절반이다. 나성범은 3할-30홈런-100타점을 두 차례 기록했다.
2014년 데뷔 2년 차에 0.329-30개-101타점을 때려냈다. NC가 우승을 차지한 2020년 두 번째 0.324-34-112타점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올 해엔 33홈런 101타점을 기록했으나 타율(0.281)이 조금 못 미쳤다. 2015년은 0.326, 135타점을 올리고도 홈런 두 개(28개)가 모자랐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14년부터 7년 연속 3할 타율을 넘겼다.
나성범은 6년 150억 원에 계약했다. 연 25억 원이면 올 겨울 FA 시장의 과열양상을 감안하면 놀라운 금액은 아니다. 돈보다는 고향 팀이라는 이유가 더 강하지 않았을까. 나성범은 특급 선수가운데 드물게 에이전트 없이 스스로 계약에 임했다.
박건우는 7년 연속 3할 타율에 두 자리 수 이상 홈런도 5시즌을 넘겼다. 빠른 발과 수비력을 감안하면 팀 공헌도는 상당히 높다.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빼놓지 않고 밟아온 이유다. 박건우의 최고 정점은 2017년. 타격 2위(0.366)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나성범과 박건우를 저울에 올려놓으면 조금은 전자 쪽으로 기운다. NC는 손아섭을 데려와 부족한 부문을 메웠다. 대형 좌타자 하나를 내주고 좌우 두 명을 보강한 셈이다. NC와 KIA의 경기가 기다려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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