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금리인상 뒤에는 곧바로 보유채권 매각을 개시할 것이라는 점도 예고했다.
채권매입 감축을 일찌감치 마무리 짓고, 3월께 금리를 올린 뒤 곧바로 보유 채권 매각이라는 가파른 통화긴축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지난해 피해간 '긴축 발작' 된서리를 맞았다.
■ "더 조기에 또는 더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
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지난해 12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시나리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서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매우 팍팍한 노동시장 흐름으로 볼 때 정책 금리를 이전 예상보다 더 빨리 올릴 필요다 있다는데 합의했다.
의사록은 FOMC "참석자들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조기에, 또는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직후 현재 8조7600억달러 규모인 연준의 채권을 비롯한 보유자산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달 FOMC가 끝난 뒤 공개된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에서는 대부분 위원들이 올해 최소 0.25%포인씩 3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전망에서 FOMC 위원들 절반이 2023년까지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해 긴축 속도가 가팔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 달라진 인플레이션 전망
연준은 지난해 가파른 물가상승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팬데믹 이후의 국제 공급망 차질과, 일시적인 노동공급 부족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을 통해 더 이상 이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 뒤 연준의 행보는 가팔라지고 있다.
연준은 11월 FOMC에서 채권매입 축소를 결정했고, 지난달 FOMC에서는 매입 감축 속도를 높이는 한편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12월 FOMC 의사록은 "참석자들이 대체로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제약이 완화되면서 2022년 한 해 동안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계속 전망했지만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2022년과 2023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두드러지게 상향 조정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 6월 대신 3월에 자산 매입을 종료하고, 곧바로 첫번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 금융시장, 뒤늦은 긴축발작
연준은 이달 25~26일 FOMC를 열고, 3월에는 15~16일에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금융시장에서는 3월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기울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지난달 17일 테이퍼링, 즉 채권매입 축소 등 통화정책 되감기에 속도가 붙고 있다면서 오는 3월 회의가 금리인상과 관련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시장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날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3월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준 FOMC가 공개된 뒤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던 12월 FOMC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시장은 이날 의사록 공개 뒤 뒤늦게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겪었다.
새해 들어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 넘게 폭락했다.
반면 연준이 채권 매각을 조만간 시작할 것이란 전망으로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채권매각으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오른다.
기준물인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041%포인트 급등한 1.707%로 뛰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도 0.062%포인트 폭등해 0.826%로 올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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