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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노 발열 여전히 골치, 5나노는 안정적
밀어붙인 일정, 연구→설계→양산 다 불안
시장점유율은 하락세 계속, 1년새 반토막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제품인 '엑시노스 2200' 발표를 취소한지 엿새 만에 깜짝 출시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로, 엑시노스 2200은 다음달 선보일 갤럭시S22에 소량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두자릿수 AP 시장점유율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던 제품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엑시노스 2200 출시를 둘러싼 잡음도 상당하다. 연구, 설계, 양산으로 이어지는 삼성 반도체의 전반적인 생산 체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밀어붙인 일정, 연구→설계→양산 다 불안
시장점유율은 하락세 계속, 1년새 반토막
■일단 출시, 수율 개선은 진행형
18일 삼성전자는 그래픽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1월 12일에 엑시노스2200을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공지글을 삭제했는데 이날 깜짝 출시를 알린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200가 어떤 제품에 탑재될 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지금까지 엑시노스 신제품은 줄곧 한국과 유럽에서 판매되는 갤럭시 S시리즈에 탑재돼 왔는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적은 수량이 쓰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비율) 등의 문제로 이번에는 국내 S22 제품에도 엑시노스 2200가 탑재되지 않고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쓰일 것 같다"며 "엑시노스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커지자 이를 의식해 출시 발표를 서두른 것 같다. S22에 엑시노스 2200 탑재분은 소량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납품과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200 양산과 관련, 목표한 4나노 공정에서 낮은 수율로 골머리를 앓았다. 엑시노스 2200의 클럭 속도는 개발 초기 목표한 1.69GHz에서 1.49GHz로, 다시 1.29GHz로 계속 낮아졌다. 현재도 4나노 발열 이슈는 잡히지 않았고, 5나노는 그나마 안정적 수율을 확보해 출시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내부에선 아예 설계를 다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럴 경우 공정 전체를 손봐야 해 일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칩을 생산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같은 회사지만 동시에 고객사인 무선사업부(현 MX사업부)간 갈등도 커졌다. MX사업부는 현재 LSI사업부에 인력을 파견해 낮은 수율을 보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 반도체에 무슨 일이
이같은 문제는 반도체 생산 체계의 단면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완전한 연구→설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일정 밀어내기가 개발 초기부터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가 최근 준양산화, 3세대에 걸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등 무리하게 역할을 확대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반도체연구소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설비와 인력은 예전과 같은데 떨어진 일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현재 연구원 1명당 2~4개까지 개발을 담당하면서 연구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예전에는 연구소에서 수율을 50%가량 맞추면 양산에서 더 올리는 구조였는데 현재는 이를 한참 밑돌고, 양산에서도 30%가 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차세대 공정인 극자외선(EUV) 장비가 투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업계 1위 TSMC(대만)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스템LSI사업부가 TSMC와는 거래를 못하고 내부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을 감안해 설계해야 했던 점도 패착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3·4분기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은 미디어텍이 40%로 1위, 이어 퀄컴(27%), 애플(15%)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전년동기 10%에서 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3나노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2025년에는 2나노 반도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올 하반기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는 TSMC보다 한발 앞선 일정으로 단숨에 점유율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여전히 시장에 알려진 수율 문제는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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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2200은
엑시노스 2200는 AMD와 공동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가 탑재돼 콘솔 게임 수준의 고성능·고화질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AP로는 최초로 하드웨어 기반의 '광선 추적' 기능을 활용해 게임을 더욱 현실적으로 구현한다. GPU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가변 레이트 쉐이딩' 기술은 고성능·고화질 장면에서 최적화된 렌더링을 제공한다. 전력 효율을 최적화하는 자체 솔루션 '아미고'는 배터리 소모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엑시노스 2200은 Arm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 'Armv9'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연산 성능은 전작 대비 2배 이상 향상됐다. 또 3GPP 릴리즈 16 규격의 5G 모뎀을 내장해 저주파대역(서브-6)과 초고주파대역(밀리미터파)까지 전세계 5G 주요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이밖에 최대 2억 화소까지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가 들어가 최대 7개의 이미지센서를 지원하고, 4개의 이미지센서에서 입력되는 영상과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엑시노스 2200은 최첨단 4나노 EUV 공정, 최신 모바일 기술, 차세대 GPU, NPU가 적용된 제품"이라며 "게임, 영상처리,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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