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전 여자친구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접근금지 조치를 당하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에 대한 살인 경위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살인 범행이 모두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공소사실에는 지난해 11월 9일 접근조치 통보에 피해자 살해를 마음먹고, 이후 신고를 취소하지 않자 살해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나와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7일 이별을 준비하는 상태에서 피해자와 분리된 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스토킹한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 살해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또 "김씨가 최종적으로 결별한 것은 지난해 11월 7일 이후"라며 "김씨와 피해자는 지난해 7~8월 여름휴가 같이 보내는 등 연인관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9일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뺏긴 했지만 스마트 워치에서 나오는 경찰 목소리를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지만, 보복 목적은 인정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씨 측은 "네"라고 답했다.
김씨는 "모자와 흉기를 왜 구입했느냐"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자는 버스를 타고 올라와 머리가 많이 눌린 상태였고, 경찰에게 보이면 안 되는 목적이었다"고 했다. 식칼 구입 이유에 대해선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피해자가) 대화를 하지 않을까 봐 그랬다"는 취지로 답했다.
흉기 구입이 피해자 위협용이었느냐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는 "피해자를 위협해서 들어가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는 충동성을 제어하지 못했던 상황이 많고, 이 사건과도 연관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도 아닌데 어떤 측면에서 정신감정을 신청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피해자의 동생 A씨는 법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건 언니가 돌아오는 것밖에 없는데 방법이 없다"며 "변호인은 김씨가 반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검사님이 공소사실을 말할 때도 계속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 뭐가 반성이냐"고 흐느꼈다.
이어 "언니가 이별을 통보한 시점이 이별한 시점인데, 언니가 무서움에 떨면서 승낙한 것이 어떻게 합의냐"면서 "대화를 하려고 갔으면 상식적으로 누가 칼을 들고 가냐"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전 여자친구인 피해자 B씨가 자신의 스토킹을 신고하자 보복하기 위해 서울 중구의 B씨 집으로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당시 1년 넘게 지속된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B씨는 사건 당일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했으나, 경찰이 B씨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출동이 늦어지면서 크게 다친 상태로 발견됐다. B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검찰은 김씨가 B씨의 스토킹 신고 등에 앙심을 품고 벌인 범행이라고 보고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6일 열린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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