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페르난데스가 1차 훈련에 참여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쿠바 출신 페르난데스는 여권 기한이 만료된 상태다. 새 여권을 발급받아야 되는데 쿠바 국내 사정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게 두산 구단의 설명이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이지만 2015년 아이티로 국적을 바꿨다. 올 시즌부터 새로 국내에서 뛰게 될 야시엘 푸이그(키움)도 쿠바 출신이다. 2019년 미국으로 귀화해 국내로 들어오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왜 페르난데스만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서 활약한 쿠바 출신 선수는 모두 7명. 대부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지만 알프레도 데스파이네(소프트뱅크)는 여전히 쿠바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KT의 오드리사메르 데스파이네 역시 쿠바 국적이다.
KT 데스파이네나 일본의 쿠바 출신 선수 가운데 다음달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수 없다고 소식을 전해온 경우는 아직 없다. 일본의 경우 여권 문제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알프레도의 경우도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을 위해 쿠바로 출국했다가 귀국길이 막혀 8월 20일 겨우 1군에 합류했다. 당시도 여권 때문이 아니라 쿠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으로의 여행을 제한해서였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부터 3년간 KBO리그서 활약했다.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첫해와 이듬해 연속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3년 연속 3할을 기록했고 2019년엔 타격 2위(0.344).
장타력도 만만치 않다. 15개-21개-15개의 홈런으로 충분한 펀치력을 과시했다. 늦었다 싶은 몸쪽 공을 좌측 라인 안으로 떨어뜨리는 독특한 타격 기량은 단연 발군이다.
대부분 외국인 타자들이 공허한 한 방에 힘을 쏟는 반면 페르난데스는 얄밉게 톡톡 치다가 때때로 벼락같이 큰 것을 날린다. 박건우(NC)를 잃은 두산이 페르난데스마저 막히면 피해는 말로 설명할 길 없을 정도다.
두산은 아직 페르난데스와 계약을 맺지 못했다. 국내 리그서 뛰는 전체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자다. 재계약에는 합의를 본 상태이나 입국길이 막혀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하지만 아이티 국적의 페르난데스가 왜 쿠바 국내 사정으로 새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본인이 직접 쿠바로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으나 이는 불가능하다. 그는 여러 차례 망명 시도로 경찰의 엄중 감시를 받던 인물이었다.
그런 가운데 2015년 12월 가까스로 쿠바를 탈출했다. 따라서 쿠바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대리인을 통한 수속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두산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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