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라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사태를 논의한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은 전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위기 완화를 위해 대화한 뒤 곧바로 키예프를 찾는 등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는 모스크바와 파리가 어떤 합의에도 도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P,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젤렌스키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7일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정상회담에서 자신에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중요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에 따르면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 북부 러시아 동맹인 벨라루스에 그 어떤 러시아군의 '영구 기지'가 만들어지거나, 러시아군이 '전개'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전쟁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3만 병력을 파병한 상태다.
페스코프는 훈련이 끝나면 러시아군은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푸틴이 긴장완화를 위한 확실한 조처들을 취하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말은 대체로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크롱도 당장 위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진해서는 안된다"면서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몇시간에 걸친 대화만으로 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고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이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는 했지만 러시아가 이전보다는 강경 입장에서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푸틴은 새로운 군사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현재 벨라루스에 가 있는 러시아 병력 3만명도 예정된 훈련이 끝나면 철수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관계자들은 푸틴이 이에 완전히 합의하면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FT에 푸틴과 마크롱 간 추가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라면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측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프랑스는 EU(유럽연합),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지 리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블록의 리더는 다른 나라이다. 이런 가운데 어떻게 (러시아와 프랑스가)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페스코프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냉전기간 핀란드처럼 중립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재복속을 주장하고 있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우려를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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