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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독오른 우리 선수들, 투혼 보여줄 준비 마쳤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0 18:22

수정 2022.02.10 18:55

지옥과 천당 오간 윤홍근 올림픽 한국 선수단장 현지 인터뷰

"황대헌 '황당 실격' 판정은
사전 조치 못 취한 제 탓…
메달 소식에 분위기 밝아져
끝까지 선수단 안전에 집중
많은 응원·격려 부탁드린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기도 한 윤홍근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제너시스BBQ회장·왼쪽)이 지난 8일 베이징 현지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홍근 단장 제공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기도 한 윤홍근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제너시스BBQ회장·왼쪽)이 지난 8일 베이징 현지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을 딴 김민석 선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홍근 단장 제공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대표팀 쇼트트랙 선수들이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메달을 딸 기회를 빼앗겼다. 그리고 그 자리를 중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골인한 헝가리 선수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사실상 '메달 강탈'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은 물론 세계가 난리가 났다.
편파 판정이며 이상한 경기라고 분노했다. 선수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강경파도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림픽은 청춘들이 인생의 황금시절 4년을 피땀 흘려 준비하는 가장 큰 대회다. 오직 이날을 기다리며 인내를 거듭해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피해를 본 선수들이 안타깝고, 국민감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자신까지 흔들릴 수는 없었다. 한국 대표팀 전체를 책임지는 선수단장 자격으로 중국까지 왔다. 선수들을 추슬러야 했고 다독여야 했다. 앞으로 경기는 많이 남아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기도 한 윤홍근 올림픽 한국선수단장(제너시스BBQ회장)은 지난 7일 오후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 대해 묻자,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선수들과 함께 폐쇄루프 안에 있다. 외부와 접촉이 차단됐기 때문에 인터뷰는 전화로 이뤄졌다.

윤 단장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부당한 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거나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다는 자기비판이다. 그는 "결국은 제가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면서 "반성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이제라도 더 이상은 선수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위원장과 면담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한체육회에서 이번 올림픽에 내건 목표는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다. 그러나 윤 단장은 실력으로 본다면 더 욕심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과 13일, 16일 등 경기에서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선수들도 지난 일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장은 "선수들이 더 밝아지고 '독이 오른다'고 할까. '똘똘 뭉치는 한국 특유의 불굴의 투혼을 보여주겠다'고 했다"면서 "동요되지 않고 대담한 마음으로 더 도전하는 것이 우리가 입은 상처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쇼트트랙 상황과 같은 변수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장애물이다. 강력한 항의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뒀다. 80억 전세계인이 지켜보고 있으니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다. 윤 단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9일 한국 쇼트트랙 간판 황대헌 선수가 남자 1500m 결승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며칠 만에 지옥과 천당을 갔다온 셈"이라고 윤 단장은 말했다.

또 '빙속 괴물' 김민석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에 대해서도 보석 같은 메달이라고 했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에서 4위를 기록한데 이어 프리에서 182.87점으로 '올림픽 톱5'에 오른 차준환 선수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윤 단장은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썼다. 아낌 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준 우리 국민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윤 단장은 올림픽 17일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수들의 안전과 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방역, 부상 방지, 심리적 안정, 최상의 환경 제공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쇼트트랙에서 안타까운 판정으로 밀려났던 선수들이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이라며,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단장은 "한국은 불굴의 투지가 있으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국민들도 많이 응원해주고 청춘을 다 바친 선수들의 (올림픽 준비) 과정을 (생각해) 좀 더 격려해주는 마음을 가져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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