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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과 류중일 감독의 꿈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1 15:01

수정 2022.03.01 15:01

[파이낸셜뉴스]
류중일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될 삼성 원태인. /사진=뉴스 1
류중일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될 삼성 원태인. /사진=뉴스 1

소년은 꿈을 꾸었다. 마운드에 선 소년은 겨우 만 5살 24일이었다. 가장 어린 시구자였다. 2005년 4월 30일 대구야구장서 시구를 한 소년은 2019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소년은 삼성왕조의 영화를 보며 자신의 꿈을 키워왔다.
삼성은 2005년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소년이 시구를 했던 그 무렵이었다. 중학교 시절(2013년~2015년)엔 내리 3년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 두 번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소년의 꿈은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였다. 시구를 했을 때 류중일은 삼성 주루코치였다. 왕조의 절정기이던 소년의 고교시절 류중일은 감독이었다.

그러나 고교(경북고)를 졸업하고 2019년 꿈꿔오던 팀에 입단했을 땐 이미 왕조는 저물고 있었다. 고교 선배이기도 한 류중일 감독은 팀을 떠나고 없었다. 프로에 뛰어든 소년의 성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지난 해 소년은 확 달라졌다.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14승(전체 공동 4위)을 올렸다. 평균자책점 3.06(5위). 팀은 6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았다. 도쿄올림픽에선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대표팀을 이끌던 류중일 감독. /사진=뉴스1
대표팀을 이끌던 류중일 감독. /사진=뉴스1

소년의 이름은 원태인(22·삼성)이다.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과는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뛰어보질 못했다. 그가 입단했을 땐 다른 팀(LG) 감독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올 해 비로소 한 팀에서 만나게 될 운명이다.

류중일 감독이 오는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감독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만 24세 이하, 프로 경력 3년 이하의 선수들로 팀을 꾸린다. 원태인은 이에 해당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와일드카드에 뽑힐 수 있는 기량을 가진 투수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시절 4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을 맛보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냈다. 실패도 있었다.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1라운드에 탈락했다. 대표팀 감독으론 이번이 삼세판이다.

대표팀 감독은 흔히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성적 여하에 따라 치명적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동안 야구 대표팀은 어김없이 선발 논란에 휩싸였다. 2018 팔렘방아시안게임서는 금메달을 따내고도 인천공항서 야유를 받아야 했다.

도교올림픽서 한국은 투수력 열세를 절감했다. 류중일 감독도 “새 대표팀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투수와 포수다. 와일드카드로 보완해야할 포지션들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 22살로 자격 조건을 갖춘 원태인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원태인은 지난 달 28일 첫 라이브 피칭을 가졌다. 삼성 코칭스태프의 모든 촉각이 마운드로 쏠렸다. 에이스의 활약 여부에 팀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건에 찍힌 최고 스피드는 145㎞. 2월 말 첫 피칭 수치로는 상당히 좋다.

원태인은 올 시즌 등번호를 18번으로 바꾸었다.
선동열부터 내려오는 한국 야구 에이스의 상징이다. 원태인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처음으로 류중일 감독과 원팀을 이룬다.
17년 된 그의 꿈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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