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는 야구천재들의 고향이다. 김재박-이종범-박진만-강정호-김하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천재들의 면면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으로 떠나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가장 뜨거운 경합지로 바뀌었다.
유격수에는 늘 새로운 천재들이 등장한다. 2022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서 이례적으로 두 명의 유격수가 1차 지명을 받았다. 김도영(19·KIA)과 이재현(19·삼성)이다. 2021년 드래프트선 9개 구단이 ‘1차 지명=투수’ 공식을 고집했다.
유일한 예외가 안재석(20·두산)이었다. 이 셋은 모두 천재 유격수들이다. 셋 다 눈 딱 감고 무조건 투수를 찍는다는 1차 지명서 깜짝 선택을 받았다. 이들 세 유격수가 펼쳐나갈 유격수 미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안재석은 지난 해 3월 21일 KT와의 홈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고졸 신인 내야수로는 드문 일이었다. 4월 9일 한화전엔 교체 출전했다. 4월 15일 KT전서는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7회 KT 주권에게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뽑아냈다. 6월 19일엔 다시 KT전서 첫 홈런의 손맛을 봤다.
시즌 최종 성적표는 타율 0.255, 홈런 2개, 14타점이었다.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96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이 대견했다. 신인왕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두산의 주전 유격수 김재호(37)의 나이로 보았을 때 조만간 그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KIA의 주전 유격수는 박찬호다. 며칠 전 연습경기서 3안타를 몰아쳤다. 그의 분발을 보며 코칭스태프는 김도영이 가져 온 ‘메기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장거리 이동시 수족관에 메기를 넣어 두면 그를 피하느라 다른 어류들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이치다.
대형 신인의 도전을 받게 된 박찬호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김도영은 잘 알려진 대로 최고 구속 154㎞ 강속구 투수 문동주를 제치고 1차 지명을 따냈다. 흔히 공격과 주루, 수비 모든 것을 갖춘 선수를 ‘파이브(5) 툴’이라 부른다.
김도영은 ‘파이브 툴’ 각각의 항목에서 A급이다. 특히 발 빠르기는 단거리 육상선수를 연상시킨다. 타석에서 1루까지 단 3.9초면 도달한다. 웬만한 타구는 모두 내야안타로 바꿀 수 있다. 어깨도 강해 KIA로 하여금 강속구 투수를 마다하고 그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KIA는 3.1절인 1일 김도영을 1군 캠프에 합류시켰다.
삼성에는 오대석, 류중일, 박진만 등 뛰어난 유격수가 많았다. 삼성은 1군 훈련 초반부터 이재현을 동참시켰다. 신인들은 퓨처스에서 일정 기간 수련을 거치게 한다. 자칫 오버해서 부상당하는 것도 방지할 겸 적당한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그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체력이나 정신면에서 준비가 됐다고 판단해서다. 이들 신인 유격수들은 각각 팀 내 경쟁자들이 있다. 그러나 주머니 속 송곳은 금세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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