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효표 내거나 소수 정당 찍거나…"내겐 사표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뉴시스

입력 2022.03.12 08:01

수정 2022.03.12 08:01

기사내용 요약
여러 명 찍거나 기표란 밖 표시 '무효표'
네거티브에 중도 사퇴…"지지 후보 없어"
"무효표도 권리 행사 방식…후회 안 해"
군소 후보 지지자들도 "소신 지켰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무효표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3.09.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무효표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3.09. woo1223@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1번과 2번 사이 빈 공간에 도장을 찍었어요. 도저히 누굴 찍을 수가 없어서…"

제 20대 대선은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 간의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둘 중 누구도 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대세를 따르기를 거부한 유권자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투표 소감을 밝혔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무효표는 30만표 이상으로 2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더기 무효표가 나온 배경으로는 안철수 후보의 막판 사퇴로 인한 혼란,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의 부실한 진행이 컸다고 분석되는데, 이와 함께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으로 불릴 만큼 혼탁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도를 넘었고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누누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개표 당시 투표용지에 후보자 여러 명에게 기표하거나 기표란 밖에 표시하는 등 의도적으로 보이는 무효표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투표용지를 수령하고 있다. 2022.03.09.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조원1동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가 투표용지를 수령하고 있다. 2022.03.09. photo@newsis.com

투표 전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조모(31)씨는 "한국 정치가 예전에도 그렇지만 이번엔 쥴리니 대장동이니 네거티브가 심했던 것 같다. 공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해서 사전투표도 건너뛰었다"고 말했다.

본 투표 당일 "어떤 방식으로든 권리를 행사해야겠다"는 생각에 투표장을 찾은 조모씨는 1번과 2번 사이 빈 공간에 기표했다. 투표권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낸 무효표였다.

그는 "원래부터 무효표를 낼 생각은 없었고 투표장에 들어가서 결정하려고 했는데 결국 고를 수 없었다"며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26)씨도 투표 용지에 아예 도장을 찍지 않는 방식으로 무효표를 행사했다. 당초 뽑으려고 했던 안철수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박씨는 "무효표도 투표율에 포함되기 때문에 투표를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찮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대구 북구 침산3동행정복지센터 사무실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지난 9일 오후 대구 북구 침산3동행정복지센터 사무실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lmy@newsis.com

고민 끝에 군소 정당 후보를 찍은 사람들도 있다. 19대 대선과 비교해 거대 양당 외 정당들의 득표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제 3의 목소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다.

심상정 후보를 뽑은 직장인 정모(39)씨는 "정의당 행보에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의 도덕성과 공약 모두 불만족스러워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며 "미약하나마 힘이 됐다면 사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7)씨 또한 공약을 찾아본 뒤 심 후보를 뽑았다. 이씨는 "세상이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뉘고 성별로 차별받는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 같아 소신을 지켰다"고 밝혔다.


역시나 소수 정당에 한 표를 던진 김모(29)씨도 "지난 5년간 민주당에 실망을 많이 해 정권이 바뀌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국민의힘도 쇄신했다는 느낌은 못 주는 것 같아 손이 가지 않더라"며 "그나마 나를 대변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표가 사표가 된 게 아쉽진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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