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靑 "집무실 이전 새정부 출범 전 무리"… 文-尹 회동 암초 [신구권력 또다시 충돌]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1 18:22

수정 2022.03.21 18:46

靑 "안보공백·혼란 초래할 우려"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 어려울듯
집무실 용산 이전 사실상 거부
尹과 정면충돌… 회동 여부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회동 재추진이 암초를 만났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문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신구 권력이 다시금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정국은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 반대 이유로 안보공백을 들었다. 박 수석은 "특히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이 안보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필 필요가 있고, 현 청와대 중심으로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 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을 맞게 됐다. 당초에는 양측 모두 원활한 인수인계를 통한 정권 이양을 바라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회동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을 위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직접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윤 당선인 측이 요청했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예비비 심사를 위한 국무회의 안건 상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496억원의 비용을 예비비로 사용할 계획인데, 이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문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입장을 말씀드린 만큼 예비비 내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언제든지 협의가 잘 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초 회동 불발의 원인으로 알려진 한국은행 총재, 신임 감사위원 등 임명권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등도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청와대는 인사권에 대해서는 5월 9일까지 문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도 국민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라 문 대통령이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모양새다.

반면 양측이 다양한 난제에 대해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선 회동이라도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한 문 대통령의 손을 윤 당선인이 먼저 잡고, 세부 현안에 대해서는 실무 차원에서 논의하는 방식이다.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이 계속 충돌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양쪽 다 대국민 비판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원활한 국정 마무리를 바라는 문 대통령과 새 정부 출범을 고리로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는 윤 당선인 모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갈등을 피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에게 국정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선(先)회동·후(後)협상 보완'을 통해 원활한 정권교체를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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