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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과 이재현이 기억할 15일 경기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23 13:21

수정 2022.03.23 13:21

[파이낸셜뉴스]
KIA 새내기 유격수 김도영. /사진=뉴시스화상
KIA 새내기 유격수 김도영. /사진=뉴시스화상


야구를 취재하다 보면 묘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KIA의 새내기 김도영(19)이 15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서 홈런을 터트렸다. 자신의 공식 경기 1호 홈런이다. 상대 투수는 최하늘. 이날 느낌이 묘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지난 해 8월 23일. KIA는 1차 지명 선수로 동성고 유격수 김도영을 지목했다.
삼성은 서울고 유격수 이재현(19)을 선택했다. 둘 다 A+급 내야수다. 이재현은 나비효과를 낳았다.

미래 주전 유격수 자원을 확보한 삼성은 이학주(롯데)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김지찬까지 있으니 이학주는 잉여 자원이었다. 그를 롯데로 보내고 데려온 투수가 최하늘이다. 김도영에게 첫 홈런을 허용했으니 묘한 인연의 사슬이다.

김도영은 펄펄 난다. 22일 두산전서 4타수 2안타를 때려 타율을 0.464로 끌려 올렸다. 이날 현재 당당 타격 1위다. 김도영이 활기를 띠자 박찬호까지 살아났다.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는 박찬호는 ‘메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규정타석에 모자라지만 타율은 0.467로 김도영보다 높다.

삼성 신인 이재현이 3일 KIA와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뉴스1
삼성 신인 이재현이 3일 KIA와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뉴스1


삼성도 이재현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재현은 7타수 무안타다. 시범경기서는 부진하지만 이전 연습경기서는 날아 다녔다. 그러자 김지찬이 자극 받았다. 이학주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한숨 돌리나 했는데 날벼락을 맞은 그다.

꽁지에 불붙은 새처럼 타격이 활발해졌다. 15타수 7안타로 타율 0.467. 묘하게 박찬호의 타율과 같다. 천재와 경쟁하려면 죽어라 연습밖에 살 길이 없다. 그 점에선 박찬호나 김지찬 공히 마찬가지다.

김도영의 활약은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소문대로 호타준족이다. NC와의 시범경기 첫 날 두 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도루만 3개다. 수비도 좋다.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까지 연습하고 있어 주전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리드오프 최원준을 군대에 보낸 KIA는 시름이 깊어보였다. 김도영과 박찬호가 지금처럼 해주면 최원준의 이름은 당분간 기억 속에 사라질 것이다. 김도영은 연습경기서 이재현과 반대로 부진했다.

5일 KT와의 연습경기서 첫 타석 삼진을 당했고, 실책도 잦았다. 2군에서 좀 더 숙성기간을 거쳐야 하나. 그런 말들이 KIA 벤치 주변에서 들렸다. 시범경기 들어서자 눈빛이 달라졌다. 14일 삼성전 멀티히트에 이은 15일 첫 홈런까지. 이재현은 14일 2타수 무안타, 15일엔 결장했다.

김도영보다 먼저 반짝 한 쪽은 이재현이었다. 지난 3일 KIA와의 연습경기서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김도영은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11일 후 만난 시범경기서는 김도영이 한 발 더 앞서 갔다.

이만한 재능의 유격수가 동시에 출현한 것은 이종범(LG 2군 감독), 류지현(LG감독) 이후 처음이다. 이 둘은 1년 선후배 사이다. 이종범이 건국대 1학년 시절부터 충암고 3학년이던 류지현과 국가대표팀서 키스턴 콤비를 이루었다.

류지현 감독은 대표팀에선 2루로 자리를 옮겼다.
김도영-이재현 콤비는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상 한국야구의 내야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대표팀에서 누가 2루로 갈지도 흥미롭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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