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연간 매출이 19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세계 첨단 공급망에서 배제된 것이 실적 하락 배경으로 분석됐다.
2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오후 광둥성 선전에서 연차 보고서 실적 발표회를 열고 2021년 매출이 전년대비 28.6% 감소한 6368억 위안(약 122조원)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의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구오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화웨이는 계속 생존을 추구하고 발전을 꾀하며 연구개발(R&D)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화웨이 문제는 절약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 등 신뢰할 수 있는 높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역성장에는 미국의 지속된 제재로 스마트폰, PC 등 소비자 제품 판매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 부문 매출은 49.6% 감소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 부문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38.2%를 차지했다. 반면 이동통신 중계기를 포함한 통신 운영 부문의 7% 감소(전체 매출 중 44.2%)에 그쳤다. 이로써 화웨이의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업 부문은 기존의 소비자 제품 부문에서 다시 통신 운영 부문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부터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제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2020년 9월에는 반도체 분야를 포함해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과 통신장비 사업을 제대로 벌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이후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 등 경쟁사와의 첨단 신제품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중국에서는 일부 '애국 소비' 수요가 여전히 강한 편이지만 부품이 부족해 수요만큼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금이 투입된 5G(5세대) 건설도 2020년에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에 남은 고객 수요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화웨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고 차이신은 해석했다.
캐나다에서 3년간 자택연금 상태로 지내다 귀국한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는 첫 공개 석상인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화웨이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수익력과 현금 확보 능력은 더욱 강해졌다”며 “회사의 불확실성 대처 능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